[朴대통령, 프랑스 방문] 韓-프랑스, 아프리카·러시아 공동진출 '금융 협력'
박근혜 대통령은 4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국 기업의 제3국 공동진출과 창조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18개 항의 공동 성명서를 채택했다.

두 정상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공통가치에 기초한 양국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기 위해 행동계획을 작성키로 했다”고 선언했다.

특히 두 정상은 우선 양국 기업이 아프리카 러시아 중동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진출할 때 두 나라 수출 관련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금융 및 보험을 지원한다는 데 합의했다. 한국 측에서는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파트너로 나선다. 합의에 따라 양국 관계 기관은 제3국 진출과 관련, 구체적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날 석유메이저 회사인 프랑스 토탈사가 러시아에서 추진 중인 ‘야말 프로젝트’에 금융을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야말 프로젝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생산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345억달러며 토탈사가 20%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수은이 토탈사에 필요한 금융을 지원해 향후 한국 기업들이 가스시추설비 건설과 관련한 기자재 공급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또 아프리카 공동 진출을 위해 프랑스의 정책금융기관(프로파르코·Proparco)과 금융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는 세계 3대 수출신용기관인 프랑스 수출보험공사(COFACE)와 양국 기업의 제3국 진출 프로젝트에 대한 공동 수출보증 지원 등에 합의했다.

박 대통령과 올랑드 대통령은 또 미래형 전기차 등 창조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LG화학과 르노자동차 간 차세대 전기차 생산 협력이다. 세계 배터리 시장 1위 업체(점유율 35%)인 LG화학은 현재 유럽 최대 전기차 업체인 르노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두 회사는 주행거리를 지금보다 두 배(400㎞)로 늘린 차세대 전기차를 공동 개발하는 협력 계약을 조만간 체결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현대차도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프랑스의 수소연료차 충전소 업체인 에어리퀴드와 협력을 진행 중이다.

두 정상은 두 나라 기업인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2014년까지 비자발급 절차 간소화를 타결짓기로 했다. 양국에 상호 진출한 기업 근로자들이 두 나라에 장기 체류할 때 비자 처리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고, 구비서류도 간소화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청년 취업인턴에 대해서도 비자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체류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파리=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