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성공도 시작부터 화려하지는 않습니다. 보이는 파도와 풍랑에 감사하십시오. 혹독한 경험이 결국 역경을 헤쳐나가는 지혜가 됩니다.”

김창수 삼성화재 사장(사진)이 창원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지난 4일 열린 삼성그룹 청춘 토크 콘서트 ‘열정락서’ 시즌5의 강사로 나서 실패의 연속이었던 학창 시절과 삼성맨으로 겪은 32년의 세월을 털어놨다.

웬만하면 외부 행사를 꺼리는 그이지만 이날만큼은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왔다. 해군 사관후보생(OCS·66기) 출신인 그가 37년 만에 다시 해사를 찾은 날이었다. 무대에 김 사장이 등장하자 강당을 가득 채운 육·해·공사생도 1200여명은 구령에 맞춰 거수경례를 했다. 대선배를 맞는 생도들의 힘찬 함성과 강렬한 눈빛이 강연장을 달궜다.

“대전 변두리 시골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할 때 1차에서 떨어져 2차에 진학했어요. 고등학교도 1차에서 실패해 2차에 진학했죠. ‘나는 2차 인생이구나’라는 자괴감과 낙심이 컸던 시기였습니다.”

흔들리던 김 사장을 잡아준 건 “인생을 달리다 넘어져도 또 달릴 수 있다면 아직 실패가 아니다”고 한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그는 “오히려 반복된 실패 경험이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사장은 1982년 삼성물산에 입사해 삼성그룹 인사팀, 에스원, 삼성물산 등을 거쳐 2011년 말부터 삼성화재를 이끌고 있다. 4개 회사를 옮겨다니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둘 고비도 여러 번 있었다. 외환위기 직후 대대적인 구조조정 시기가 그랬고, 새로 맡은 부서 실적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몇 년간도 그랬다.

그는 “돌이켜보면 일이 바뀔 때마다 그 업무가 갖는 가치를 발견하고 남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자신의 일에 대해 확고한 가치를 찾은 사람은 어떤 어려움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 인사팀에서 일할 때는 ‘그룹 내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 되자’는 목표로, 삼성물산에서 영업할 때는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 경제를 이끌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었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쌓는 일 외에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건 없다”고 강조했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준비된 자세로 미래를 맞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절실하게 혼을 담아 마라톤하듯 노력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는 게 그가 밝힌 성공 방정식이다. 강연 내내 침착한 목소리를 유지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주는 메시지의 울림은 대강당을 가득 채웠다.

강연이 끝나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할 땐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생도의 질문이 나왔다. “확고한 가치관이 없으면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게 됩니다. 수평선 너머 보이지 않는 꿈도 간절함으로 전진하면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창원=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