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청구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진보당의 당권을 장악한 RO(혁명조직)는 극좌 세력, 그 외 당직자는 RO에 대한 비호·묵인 세력이다. 개별적인 처벌이나 국회의 제명·자격심사가 이들의 반국가 활동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특정 정당에 대한 해산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법무부가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헌법에 어긋나는 통진당의 설립 목적이나 활동에 비춰 일부 구성원들에 대한 국회 차원의 제재나 법적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강력한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대목이다. 소위 ‘주사파’로 불리는 민족해방(NL) 계열이 장악한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이념을 추구해 활동했다는 판단에서다.

◆“극좌 세력 RO가 장악한 정당”


법무부는 정당해산 심판 청구 근거를 조목조목 제시했다. 통진당 활동의 위헌성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로는 지난 5월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꼽았다.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당시 서울 모처에서 통진당 당권을 장악한 범경기동부연합 주축인 RO의 회합을 열고 북한을 찬양하면서 유사시 유류·통신 등 국가 기간시설 파괴 등을 모의한 혐의(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등)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됐다.

법무부는 RO가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은 물론 통진당까지 숙주로 삼은 ‘북한 추종세력’이라고 규정한 뒤 “북한의 정전협정 폐기 선언을 전쟁 상황으로 판단하고 내란을 모의하면서 정신무장, 물질·기술적 준비, 총공격 명령시 전국 동시다발 봉기 등을 모의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RO를 비호한 통진당도 헌법의 평화통일 원칙을 어겼으므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해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법무부는 창당 직후 NL 계열인 범경기동부연합 세력을 대거 흡수한 민노당이 2011년 국민참여·진보신당 탈당파를 규합해 통진당으로 명칭을 바꾼 뒤 NL 계열에 장악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진당이 혁명 역량을 축적한 뒤 결정적 시기에 폭력·비폭력 수단을 동원해 체제를 전복한다는 내용의 북한 대남혁명전략 ‘강온양면 전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는 판단도 이번 청구의 배경 중 하나다. 법무부는 이 외에도 △비례대표 부정경선 △국회 본회의장 최루탄 투척 △중앙위원회 집단폭력 등 통진당이 일으킨 잇단 파문을 정당 민주주의는 물론 헌법 가치에 위배된 사례로 지적했다.

◆北 건국이념 ‘진보적 민주주의’

법무부는 통진당 설립 목적의 위헌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진보적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북한 김일성이 1945년 “진보적 민주주의가 인민에게 자유·권리를 주고 나라의 완전한 자주독립을 보장한다”고 강연한 뒤 북한의 건국이념이 된 ‘진보적 민주주의’를 통진당이 당의 최고 이념으로 도입했다는 얘기다.

법무부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통진당 종북 성향의 이념적 기초”라며 “북한에 동조하고 북한의 3대 세습을 옹호하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정점식 법무부 위헌정당·단체대책TF 팀장(검사장)도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해 “‘왕재산 간첩단 사건’을 통해 북한이 민주노동당 측에 전달한 지령으로 북한이 (좋은 뜻인 것처럼 포장했지만) 일종의 용어혼란 전술을 쓴 셈”이라고 부연했다.

김선주/정소람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