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행복주택 예산 '부적정'…"비슷한 사업들 모아 과다편성"
국회예산정책처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담긴 8318개 사업 가운데 359개 사업에 대해 무더기로 ‘부적정’ 판정을 내렸다. 전체 사업의 4.3%는 예산 삭감 등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이 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기초연금, 행복주택, 셋째아이 이상 대학등록금 지원 등도 포함돼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주먹구구식’ 행복주택 건설단가

예산정책처는 5일 ‘2014년도 예산안 부처별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 정부 예산사업 가운데 359개 사업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유형별로는 예산 과다편성(74개), 집행실적 부진으로 이월 예상(53개), 법·제도 미비(51개), 사업 계획 부실(41개), 유사·중복(36개) 등이다.

내년 7월부터 도입되는 기초연금에 대해선 ‘재원 부족’ 가능성을 제기했다.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비교할 때 기초연금 도입에 따라 추가로 드는 돈은 2014~2017년간 14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정부는 이 금액이 12조7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정부 방침대로 기초연금을 국민연금에 연계하는 대신 소득에 연계해 지급하면 2014~2017년에 총 5조3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연계안은 소득 하위 30%는 월 20만원, 30~50%는 월 15만원, 50~70%는 월 10만원을 지급하는 걸 기준으로 했다. 김경원 예산정책처 예산분석관은 “기초연금 도입에 따른 재정 소요에 관해 종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간판 주택공약인 행복주택에 대해선 ‘주먹구구식’ 건설단가 책정 문제를 비판했다. 행복주택 부지가 제각각인데 평당 건설단가는 국민임대주택 수준인 660만원으로 일괄 책정됐다는 것이다. 남희 예산분석관은 “평당 건설단가를 초과한 건설비용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를 확대시킬 우려가 있다”며 “정확한 건설단가를 계획안에 반영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셋째아이 대학등록금 과다책정

셋째아이 이상 대학등록금 지원은 기존 국가장학금과 사업이 일부 겹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에 배정된 1225억원의 예산 가운데 절반인 646억원은 국가장학금과 중복되는 부분이어서 삭감해야 한다는 게 예산정책처 논리다. 이 정책은 ‘출산율 높이기’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셋째 이상 대학생 자녀를 둔 가장은 40~50대여서 출산율 상승 효과가 불분명한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비무장지대(DMZ)에 평화공원을 조성하는 사업은 남북 간, 유엔사령부와 북한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402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성능 전투기를 해외구매로 확보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은 내년에 7328억원이 배정됐지만 최종 후보 기종 선정이 늦어져 예산 일부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사업(내년 예산 1345억원)도 봅슬레이 경기장 공사 등이 지지부진해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형발사체 개발사업은 내년 예산 2400억원 중 일부가 2015년에 쓸 돈으로 배정돼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