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에 사는 한모씨(41)의 다섯 살배기 아들은 보통 아이들보다 머리가 작다. 두개골을 이루고 있는 뼈들이 비정상적으로 빨리 붙어 더 자라지 않는 ‘두개골 유합증’인 소두증(小頭症)을 앓고 있다. 이 질환에 걸리면 뇌 내부 압력이 커져 두뇌 발육 부전과 뇌수종, 지능 저하와 시력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한씨 부부는 2010년 11월 수소문 끝에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신연기 두개골 확장’ 수술을 받았다. 여러 개의 머리뼈가 만나는 선 주변에 철핀을 꽂고 매일 조금씩 틈새를 벌려주면서 뇌가 자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수술이다.

한씨의 아들은 다음달 4차 수술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갑자기 수술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소두증 환자에 대한 ‘봉합선절제 신연기수술’을 불인정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했기 때문이다. 불인정으로 분류되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것은 물론 환자 본인이 의료비를 전액 부담(1500만~2000만원)하겠다고 해도 진료나 수술을 받을 수 없다.

심평원이 수술을 금지한 근거는 머리뼈가 만나는 선(봉합선)이 열려 있으면 뇌가 스스로 자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봉합선이 열려 있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수술은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심평원은 “신연기 수술로 두개골을 벌려주는 수술은 그 효과가 의문시돼 2004년부터 선진국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병원 측 입장은 다르다. 윤수한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가 스스로 자랄 수 있다고 믿고 수술 시기를 놓치면 아이는 평생 중증 장애인으로 살거나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신연기수술을 받은 어린이 환자는 100여명에 달한다.

소두증 환자 가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소두증 어린이 부모 모임은 7일 서울 심평원 앞에서 불인정 처분을 거둬달라는 취지의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