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주요국 경제의 구원 투수 양성소인가.”

IMF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라구람 라잔이 지난 8월 인도 중앙은행 총재에 임명된 데 이어 카를로 코타렐리 IMF 재정정책 담당 이사가 최근 이탈리아 재정긴축 책임자로 지명됐다. 방만한 재정 지출로 2조유로(약 2866조원)까지 팽창한 정부 부채를 줄이기 위한 적임자라는 판단에서다.

전임자들이 번번이 실패한 자리에 올랐다는 점도 라잔 총재와 비슷하다. 이탈리아 정부는 코타렐리를 영입하기 위해 공무원 중 가장 높은 30만유로의 연봉을 제시했다. 코타렐리는 글로벌 금융사 등에서 이보다 몇 배 높은 연봉을 제안받았지만 조국에 돌아와 봉사하는 길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책을 맡기로 결정한 직후 코타렐리는 “관용차를 포기하겠다”고 밝혀 자신부터 재정 긴축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로마에서 시 회계에 잡히지 않던 8억1700만유로의 재정적자가 추가로 발견되는 등 이탈리아의 재정 운영은 방만하기로 악명 높다. 최근 로마 토르베르가타대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정부기관들은 282유로의 책상을 723유로에 매입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기는 시중 판매가보다 3배, 컴퓨터는 30%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 구매 담당 공무원들이 로비를 받고 정부가 정한 구매관리 체계를 공공연히 무시한 결과다.

재정 지출 개혁의 성공 여부도 고위층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촘촘히 얽혀져 있는 로비의 끈을 어떻게 잘라낼지에 달렸다.

프란체스코 지아바치 보코니대 경제학 교수는 “외부 인사를 영입했지만 문제 해결은 결국 정치에 달려 있다”며 “엔리코 레타 이탈리아 총리가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코타렐리에게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