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6일 오전 6시30분

[마켓인사이트] "사학연금·산은캐피탈도 투자했습니다"…MBK파트너스의 절박한 호소
“우리도 국내 자본입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 펀드를 조성하면서 “국내 연기금을 출자자로 모집했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비공개 자금을 모으는 사모펀드가 출자자(LP) 모집과 관련해 내용을 밝힌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ING생명 인수를 사회적으로 ‘추인’받기 위한 절박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MBK파트너스는 6일 사학연금과 산은캐피탈 공무원연금 새마을금고 등을 출자자로 모집했다고 밝혔다. 사학연금 500억원, 산은캐피탈이 300억원을 내기로 하는 등 총 2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모였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출자자들에게 5년 만기, 연 9%의 확정 수익률을 제안했다. PEF가 LP에 보장하는 수익률로는 보기 드물게 높은 수준이다.

MBK파트너스가 이처럼 주요 연기금의 출자 사실은 물론 높은 수익률까지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은 ING생명 인수에 대한 최근의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으로 분석된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8월 ING생명 경영권을 1조84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감독원에 대주주 변경 신청 승인 서류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일단 ‘대주주로서 결격사유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이 의견을 최근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MBK파트너스가 해외 자본으로 구성한 펀드를 통해 금융회사를 인수한다는 점이 결격 사유에 해당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민주당)은 지난 1일 “MBK파트너스의 ING생명 인수자금은 대부분 외국에서 유치한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 승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사무금융노조는 4일 “MBK파트너스가 현행법상 일부 맹점을 이용해 외국 자본으로 조성한 PEF로 국내 보험사를 인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 자금을 유치해 놓은 MBK파트너스로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총 인수금액 중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규모와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 규모를 합치면 절반 이상이 국내 자금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