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58) 기업 환경보고서와 투자자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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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지난주 세계은행(또는 국제부흥개발은행)이 발표한 기업환경보고서(Doing Business)에서 한국의 ‘투자자 보호(protecting investors)’ 분야 순위는 189개국 중 52위였다. 한국의 전체 순위가 7위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순위다. 기업환경보고서와 투자자 보호의 의미를 함께 생각해보자.
2003년부터 매년 발표된 기업환경보고서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규제 환경이 얼마나 기업 친화적인지 10개 분야를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세계은행이 규제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잘 갖춰진 규제 체제가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비경합성(non-rivalry)과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을 갖춘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단독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속성이다. 배제불가능성은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지 않는 사람을 이용에서 배제하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공공재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은 국방, 치안 등인데 이처럼 공공재 생산·공급에는 정부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세금 등 강제로 재원을 마련해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규제 환경도 모두가 누릴 수 있고 대가를 물리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공재이며,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다.
한국의 투자자 보호 수준이 낮다는 것은 최근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 투자자란 주식 매입 등을 통해 기업에 자본을 댄 주체를 말한다. 만약 투자자가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제때 알지 못하거나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손실을 보전받기 어렵다면 애초에 투자를 꺼릴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쉽게 자본을 조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52위란 순위가 예컨대 독일(98위)보다 높기는 하지만 싱가포르(2위), 홍콩(3위)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4위)보다도 크게 뒤떨어지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한국은 투자자 보호 영역 안에서도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해당 기업과 어떤 거래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나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지 정도는 10점 중 7점이었으나, 이사나 경영진이 기업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 기업에 손해를 끼쳤을 때 책임지는 정도가 4점에 불과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훌륭한 규제라도 비용은 따른다. 정부가 규제를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 이외에도 기업의 규제환경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따르기 위해 기업이 내야 하는 비용이 있다. 정부 비용이든, 기업 비용이든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부담한다. 따라서 순위에 연연해 규제 강화만을 외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면 나라의 이런저런 면모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하는 것 아닐까. 7위 국가의 52위 분야라면 분명히 손볼 곳이 있는 것이다. 다행히 취약점도 명확히 드러났다. 내년엔 투자자 보호 순위가 개선되길 기대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
2003년부터 매년 발표된 기업환경보고서는 기업들이 직면하는 규제 환경이 얼마나 기업 친화적인지 10개 분야를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세계은행이 규제 환경에 주목하는 이유는 잘 갖춰진 규제 체제가 ‘공공재’의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란 비경합성(non-rivalry)과 배제불가능성(non-excludability)을 갖춘 재화나 서비스를 말한다. 비경합성은 누군가 단독으로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속성이다. 배제불가능성은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지 않는 사람을 이용에서 배제하기가 기술적으로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공공재의 대표적인 예로 꼽히는 것은 국방, 치안 등인데 이처럼 공공재 생산·공급에는 정부가 나서는 경우가 많다. 세금 등 강제로 재원을 마련해 모든 국민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훌륭한 규제 환경도 모두가 누릴 수 있고 대가를 물리기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공재이며, 정부가 제공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이다.
한국의 투자자 보호 수준이 낮다는 것은 최근 동양그룹 사태와 관련해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여기서 투자자란 주식 매입 등을 통해 기업에 자본을 댄 주체를 말한다. 만약 투자자가 대주주나 경영진의 전횡을 제때 알지 못하거나 그로 인한 비정상적인 손실을 보전받기 어렵다면 애초에 투자를 꺼릴 것이다. 따라서 투자자 보호는 장기적으로 기업들이 쉽게 자본을 조달하는 데 필수적이다. 52위란 순위가 예컨대 독일(98위)보다 높기는 하지만 싱가포르(2위), 홍콩(3위)은 물론이고 말레이시아(4위)보다도 크게 뒤떨어지는 것은 생각해볼 만한 일이다. 한국은 투자자 보호 영역 안에서도 대주주 또는 경영진이 해당 기업과 어떤 거래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 공개나 주주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이 얼마나 용이한지 정도는 10점 중 7점이었으나, 이사나 경영진이 기업을 통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결과 기업에 손해를 끼쳤을 때 책임지는 정도가 4점에 불과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훌륭한 규제라도 비용은 따른다. 정부가 규제를 실행하는 데 드는 비용 이외에도 기업의 규제환경과 관련해서는 규제를 따르기 위해 기업이 내야 하는 비용이 있다. 정부 비용이든, 기업 비용이든 궁극적으로는 국민이 부담한다. 따라서 순위에 연연해 규제 강화만을 외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선진국이라면 나라의 이런저런 면모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 돼야 하는 것 아닐까. 7위 국가의 52위 분야라면 분명히 손볼 곳이 있는 것이다. 다행히 취약점도 명확히 드러났다. 내년엔 투자자 보호 순위가 개선되길 기대한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