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DVERTISEMENT

    [사설] 어깨 힘 더 주고 싶다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민연금이 기어코 연금사회주의로 발을 내디딜 태세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마무리해 다음달 시행에 들어간다는 내부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상장사 이사의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지만 내용이 하나같이 초법적이다. 상법의 취지와 주식회사 이사 제도의 근본 틀을 뒤흔들겠다는 의도가 아니고서는 나올 수 없는 발상이다.

    개정안에는 지배주주 감시의무를 소홀히 한 이사에 반대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새로 들어갔다. 명백한 주주가치 침해라는 조건이 들어가기는 했지만 무엇이 명백한 것인지는 논란이 분분할 수밖에 없고 결국 국민연금관리공단 측의 자의적 판단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배임·횡령에 따른 직접적 이익을 공동으로 향유한 자의 이사선임에도 반대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 역시 구체적 사례로 들어가면 재단하기 어렵다. 더구나 가뜩이나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배임·횡령죄다.

    공단 내부인사로 구성된 투자위원회의 결정사항을 개별기업 주총일 전에 공개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크다. 공단 측에서 무엇이라고 말하건 이런 내부기구는 정부와 권력, 정치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렇게 해서 특정 안건에 미리 반대 공시라도 해버리면 주총 자체가 무력화되고 곧바로 정치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불과 두 달 전 최광 이사장은 “국민연금 의결권은 신중하게 행사해야 하며, 연금사회주의는 단연코 배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이미 자본시장의 절대 강자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간판급 대기업들의 최대 주주이거나 2대 주주인 슈퍼 공룡이다. 공단 측은 선의라고 주장하겠지만 공단의 의결권 행사야말로 전형적인 주인·대리인 문제를 일으킨다. 굳이 그렇게 하려면 주총에 앞서 매번 연금가입자 총회부터 열어야 한다. 누구의 허락으로 대리인들이 제멋대로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말인가. 지금의 주주권도 과하다. 섀도 보팅이 공단의 유일한 선택이다. 연금공단까지 어깨에 힘주려 드나.

    ADVERTISEMENT

    1. 1

      [한경에세이] 운동이라는 약

      “운동은 좀 하세요?” 진료실에서 환자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다. 대답은 대개 비슷하다. “매일 한 시간씩 걷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습니다.”그때까지 운동은 그런 것이었다. 하면 좋은 거고, 안 해도 치료는 진행했다. 대화는 늘 “꾸준히 하세요”라는 말로 마무리되곤 했다. 권유는 있었지만, 관리되지 않았다. 즉, 운동은 약이 아니었다. 약이란 정해진 용량이 있고, 부작용을 관리하며, 효과를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내 생각이 바뀐 건,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접하면서였다. 수술과 항암 치료를 마친 뒤, 일정 수준의 운동을 3년간 꾸준히 이어간 사람들에게서 재발률과 사망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했는지, 근력 운동을 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걷기나 실내 자전거처럼 숨이 조금 찰 정도의 운동만으로도 충분했다. 더 놀라운 건, 이 효과가 체중 감량과는 무관했다는 점이다. 꾸준히 반복되는 신체 활동 자체가 치료 효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연구를 읽고 난 후 나는 운동을 달리 보게 되었다. 이제 운동은 약을 처방하듯이 관리해야 하는 치료 방법의 하나가 되었다. 더 이상은 “알아서 하세요”로 넘길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운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자, 진료의 범위도 함께 넓어졌다. 병원 안에서 시작되고 끝났던 암 치료가 이제 병원 밖 일상까지 이어졌다. 운동은 환자에게만 맡겨둘 일이 아니었다. 운동도 항암제처럼 설명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치료법이 되었다.실제로 연구에서도, 단순히 “운동하세요”라고 말만 전한 경우보다 의료진이 함께 목표를 세우고 코치한 경우에

    2. 2

      [기고] 쿠팡 사태, 강경함보다는 균형서 해법 찾아야

      최근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이용자가 많은 기업이 개인정보 보호라는 기본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제재는 불가피하다.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그런 점에서 규제 당국이 관련 법과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오히려 철저한 조사와 제도적 보완은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논점은 ‘조치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어디까지 하느냐’에 있다. 법 집행의 정당성만큼이나, 그 집행이 어떤 맥락에서 읽히는지도 중요하다.최근 이 사안이 한미 고위급 외교 무대에서까지 언급됐다는 사실은 가볍게 볼 대목이 아니다. 더구나 현재 미국의 통상 정책은 정책 일관성보다 메시지의 즉시성과 정치적 판단이 더 크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관세율이 단기간에 급변하고, 정치적 판단이 시장과 동맹국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칫 작아 보이는 사안 하나가 통상 압박이나 외교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특정 기업의 사고가 단순한 개별 사건으로만 취급돼도 문제지만 반대로 이것이 곧바로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 프레임이 섞이는 순간, 사안의 본질은 흐려지고 파장은 불필요하게 커진다. 전쟁은 대개 사소한 사건에서 시작된다. 특히 상대가 예측하기 어려운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이라면, 대응은 더욱 냉정하고 절제돼야 한다. 지금까지 비교적 안정적으로 이어온 경제·통상 기조가 흔들려선 안 된다. 그래서

    3. 3

      [김수언 칼럼] AI 시대, 의원·관료 자리는 안전한가

      새로운 제도는 다양한 형태로 사회·경제 변화를 초래한다. 규제 정책이건 진흥 정책이건 경제 주체인 사회 구성원은 새로 만들어지거나 바뀐 제도에 적응하고 대응하는 방식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현금 거래 대신 카드 결제 관행이 정착한 계기는 정부가 1999년 자영업 과표 양성화를 위해 도입한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였다. 신용카드를 쓰면 세금을 덜 낼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이 즉각 반응했다.이처럼 정부 정책으로 표출되는 제도는 경제 주체의 행동 변화에 이어 시장 규칙과 관행을 바꾸고, 나아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가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정책에 따라 효과가 단기로 끝나느냐, 아니면 장기적인 사회 변화로 이어지느냐의 차이는 있다.애덤 스미스 이후 고전경제학은 시장을 이기적인 인간 본능에서 비롯된 자연 질서의 총합으로 여겼다. 시장 불완전성을 이유로 적극적 정부 개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은 인간 이기심과 시장 경쟁이다. 이를 통해 자원 배분이 효율화되고 국가의 부가 증가한다.그렇기에 경제 주체의 행동과 시장 규칙을 바꾸는 제도 도입이나 개편은 당연히 신중해야 한다. 첨단산업 연구까지 제약하는 주 52시간 근무제, 과도한 실손의료보험이 초래한 필수·응급의료 체계 붕괴 등에서 보듯 장기적으로 돌이키기 힘든 경제적·사회적 부작용을 부른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그렇다. 2012년 골목 상권 보호를 위해 도입한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을 금지하면서 역으로 공룡 유통사 쿠팡을 키우는 결과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형사사법 체계를 뿌리째 뒤바꿀 검찰 개혁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