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 전시된 라이언  매킨리의 ‘다코타(머리카락)’. 대림미술관 제공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 전시된 라이언 매킨리의 ‘다코타(머리카락)’. 대림미술관 제공
현대사진의 선각자로 평가받는 로버트 프랭크, ‘소나무 작가’ 배병우, 일본 작가 히로시 스키모토, 인물·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스티브 매커리, 몽상적인 내용을 사진에 담는 베르나르 포콩, 벌거벗은 젊은이들 사진으로 유명한 라이언 맥긴리…. 늦가을 화랑가에 국내외 유명 사진작가의 작품전이 줄을 잇고 있다. ‘잡화점식’ 전시에서 벗어나 각기 다른 테마를 다룬 기획전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사진과 그림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경향도 확인할 수 있다.

○히로시·프랭크 등 거장 총출동

도쿄와 뉴욕, 유럽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밀리언달러’ 사진작가 히로시(66)의 개인전은 내달 5일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개막한다. 히로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주제와 흑백사진의 표현을 연구해온 작가. 특정한 순간을 포착하는 대신 한 개의 프레임에 전체 작품을 찍어서 시간의 흐름을 연결한 게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는 ‘극장’ ‘바다풍경’ ‘초상’ 시리즈 등 100여점을 내보인다.

스위스 출신 사진작가 프랭크(89)의 작품전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오는 9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이어진다. 1958년작 ‘미국인’을 비롯해 1970~90년대 폴라로이드 작품 등 프랭크의 70년 사진 인생을 한눈에 보여주는 오리지널 프린트 115점이 걸린다.

7일부터 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은 미국 유망 사진작가 라이언 맥긴리(25)의 국내 첫 개인전이다. 자유와 불안, 방황, 일탈, 열정 등 젊은이들의 내면에 공존하는 감정을 렌즈로 솔직하게 잡아낸 대표작 10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맥긴리는 25세의 젊은 나이에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어 세계 사진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사진작가 포콩의 몽상적인 내용을 담은 신작들은 오는 9일부터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 걸린다. 유년시절 체험한 사랑과 열정, 외로움 등을 푸른색으로 녹여낸 작품이 눈길을 끈다.

이 밖에 필립 할스만(세종문화회관)의 작품전, 이명호(38·중국 베이징 798포토갤러리), 김태동(35·일우스페이스), 오상택(예화랑) 씨의 개인전, 사진을 통해 서울과 서울 사람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2013 서울사진축제’(서울시립미술관) 등도 이어진다.

○48억원짜리 사진도 등장

사진은 실험성과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한 현대미술 장르다. 20~40대 영상세대를 중심으로 사진 애호가층이 두터워지면서 해마다 작품전이 늘고, 작가도 증가하는 추세다. 가격은 그림보다 싼 편이다. 컬렉터들이 유망한 작가들의 사진 작품을 많이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1년 11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안드레아스 거스키 작품 ‘라인강2’가 무려 433만달러(약 48억원)에 낙찰돼 사진 분야 최고 경매 낙찰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앞서 5월에는 신디 셔먼의 ‘무제#96’이 389만달러에 팔려나갔다.

사진평론가 김남진 씨는 “최근 사진 예술은 조각, 영상, 회화 등 다른 장르를 넘나들면서 새로운 미학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다이내믹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거장들의 독특한 테마 작품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