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보다 돈…신세대 조폭, 럭비공 같더군요"
곽경택 감독(47·사진)의 조폭영화 ‘친구’는 하나의 신드롬이었다. 2001년 개봉 당시 820만명을 모아 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웠고, 이후 1000만 관객 영화가 여럿 나온 지금도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로는 역대 최고 기록을 갖고 있다. 그로부터 12년 만에 ‘친구2’가 오는 14일 개봉한다. 속편에서도 각본과 연출을 해낸 곽 감독을 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친구’는 일종의 사고였어요. 반향이 너무 컸으니까요. 시대가 너무 빨리 변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영화였어요. 불과 20~30년 전 얘기인데도 관객들은 먼 옛날처럼 받아들였죠. 사람들한테 향수가 그렇게 절실한 줄 몰랐어요. 속편이 그런 광풍을 어떻게 뛰어넘겠습니까.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우연히 이야기를 꺼내면서 가닥을 잡았어요.”

전편에서 동수(장동건 역)를 살해토록 사주해 옥살이를 했던 준석(유오성)이 17년 만에 출소하고, 동수의 아들 성훈(김우빈)을 뜻밖에 만나 부산 조폭을 접수하기 위해 뛰어든다. 여기에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가 1960년대 초 부산에서 조폭을 결성하는 시대상이 곁들여진다. 마치 ‘대부2’와 같은 얼개다.

“조폭의 세대 차이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1960년대(철주)와 1980년대(준석), 2000년대(성훈)를 오가며 조폭들의 습성이 다르다는 점을 포착했어요. 철주 시절에는 낭만이 있었죠. 싸움에서 주먹을 썼지요. 그러다 미국과 일본 등에서 물자들이 유입되면서, 즉 밀수로 돈을 벌면서 칼을 쓰기 시작했어요.”

반면 준석 입장에서 신세대 성훈은 예측을 불허하는 럭비공 같다. 외환위기로 가정파괴를 겪은 세대여서 돈이면 무슨 짓이든 한다. 준석이 세대가 의리와 정을 앞세운 것과는 다르다.

“취재를 위해 조폭들을 만나보면 대개 사랑을 못 받고 자랐어요. 그래서 형과 동생이란 조직 안에서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합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성훈도 결핍 속에서 괴물처럼 자랐지요. 그런 인물들을 대비시켰어요.”

영화는 시대극적인 요소로 내러티브가 풍성해졌다. “인생에서 결국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 게 그게 건달 아니겠나?”라는 삶을 관통하는 대사도 인상적이다. “사내들이 맨 위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칼부림 경쟁을 하지만, 이기고 나면 혼자만 남죠. 피라미드 꼭짓점에는 한 사람밖에 없으니까요. 그런 고독과 허무함을 담았습니다.”

조폭 세계를 정면으로 응시한 만큼 폭력의 강도도 세다. 남성적이고 테스토스테론이 펄펄 넘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한다. 극 중 여성은 남성들에게 매를 맞는 존재로 그려진다.

곽 감독은 ‘친구’ 흥행 이후 돈 문제로 갈등을 빚고 헤어졌던 유오성과 이 작품을 계기로 화해했다 .“‘친구2를 만들고 싶어서 너와 화해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더니 받아줬고, 고마웠다”고 했다. 속편에 대한 기대를 묻자 그는 “속편을 만들지 않은 것보다 낫다는 평가만 받는다면 만족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