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귀화한 최초의 서양인’으로 기록된 얀 얀스 벨테브레의 파란만장한 삶이 가무극으로 펼쳐진다. 오는 10~1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푸른 눈 박연’에서다. 서울 예술단이 ‘윤동주, 달을 쏘다’‘잃어버린 얼굴 1895’에 이어 올해 세번째로 선보이는 창작 가무극이다.

네덜란드 선원인 벨테브레는 1627년 일본 나가사키를 향하던 중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했고, 관헌에게 붙잡혀 서울로 호송됐다. 조선에 귀화해 훈련도감에 배속돼 무기를 제조하는 일을 담당했다. 병자호란이 발발하자 출전했고 홍이포의 제조·조작법을 조선군에게 가르쳤다. 1653년 하멜 일행이 제주도에 표착했을 때 통역을 맡았고 그들에거 조선의 풍속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인조로부터 ‘박연’이란 이름을 하사받았다.

극은 박연의 삶을 조선왕조실록과 하멜표류기 등에 나온 짧은 기록들에 상상과 허구를 가미한 ‘팩션’으로 재구성한다.‘박연은 왜 조선을 떠나지 않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이방인의 힘든 삶을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내고, 사랑과 우정을 통해 박연이 조선인보다 조선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낼 예정이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 연극 ‘연애시대’의 작가 김효진이 대본·가사를 쓰고, 뮤지컬 ‘쌍화별곡’‘헤이 자나’ 등을 만든 안무가 출신 연출가 이란영이 연출을 맡았다. 이 연출가는 “박연을 위인이 아닌 진솔한 인간으로서 조명하고 싶다”며 “서양인 박연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동양의 아름다움을 무대에서 안무와 영상과 의상 등으로 화려하게 빚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김수용과 서울예술단 신예 배우 이시후가 푸른 색 렌즈를 끼고 서양인 박연을 연기한다. 박연과 사랑에 빠지는 연리 역에 김혜원, 해맑고 순진한 바보 덕구 역에 박영수가 출연한다.’ 뮤지컬 ‘막돼먹은 영애씨’의 작곡가 김경육이 곡을 만들고, ‘해를 품은 달’‘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한국적이면서 현대적인 무대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은 오필영이 무대를 만든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