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 일부 유죄…처벌 않겠다" 제3의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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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재판 논란 확산
전주지법 "허위사실 유포 무죄, 후보비방 유죄"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에도 법관 양심 침해없어야 효력"
입법 보완 필요성 등 제기
전주지법 "허위사실 유포 무죄, 후보비방 유죄"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에도 법관 양심 침해없어야 효력"
입법 보완 필요성 등 제기
법원이 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인 안도현 씨(52)에 대한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배심원 전원일치의 무죄 평결을 뒤집고 일부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으나 처벌하지는 않았다.
◆비방혐의는 유죄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은택)는 이날 안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무죄, 후보자비방 혐의는 유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혹이 진실이란 점이 소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의혹이 허위사실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허위사실이란 점을 인식한 채 공표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반면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것”이라며 유죄로 봤다.
안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해 12월 “박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사라진 유묵을 소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8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으나 재판부가 ‘일부 유죄’로 판단, 선고를 늦췄다.
◆‘고민한 절충안’ vs ‘성급한 판결’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은 국민의 뜻이 표출된 것이므로 전원일치 의견이라면 판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법관의 직업적 양심과 충돌할 경우 법관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기속력(법적 강제력)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고 무죄 평결을 뒤집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미국식 배심원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현행 국민참여재판에 있어 중화상생의 원리에 입각한 제3의 길이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이 재판부를 기속할 수 없고, 양형 부분에 한해 사실상 기속력을 가진다”며 “현행 법의 테두리 내에서 ‘죄는 되나 처벌하지 않는다’에 가장 근접한 형에 해당하는 선고유예 이외에 다른 형을 선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과 재판부의 심증이 다를 경우 어느 것을 우위에 놓을지는 입법적 결단으로 해결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평결의 기속력을 강화키로 한 입법예고안까지 언급한 데 대해 “아직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참여재판 문제 없나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됐으나 폐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나는 꼼수다’ 구성원들에 대한 1심에서 배심원 무죄 평결로 지난달 24일 무죄가 선고되면서 ‘감성 판결’ 비판론에 휩싸였다.
해당 지법원장이 관할 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자 중 무작위로 뽑아 배심원을 구성하는 방식도 지역주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지난달 권고적 효력만 갖던 배심원 평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안씨는 선고 후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기분이 이럴까”라며 “재판부는 재판을 한 게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곡예를 하면서 묘기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 국민참여재판
일반인이 배심원단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결정(평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배심원단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판사는 평결과 달리 판결할 수 있다.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인 형사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원할 경우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영미 국가에서는 유무죄 판단은 배심원단이, 양형은 판사가 결정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
◆비방혐의는 유죄
전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은택)는 이날 안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는 무죄, 후보자비방 혐의는 유죄로 각각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혹이 진실이란 점이 소명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해당 의혹이 허위사실이란 점을 인정하면서도 “‘허위사실이란 점을 인식한 채 공표했다’는 것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무죄”라고 판단했다.
반면 후보자 비방 혐의에 대해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비방한 것”이라며 유죄로 봤다.
안씨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었던 지난해 12월 “박 후보가 안중근 의사의 사라진 유묵을 소장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28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렸으나 재판부가 ‘일부 유죄’로 판단, 선고를 늦췄다.
◆‘고민한 절충안’ vs ‘성급한 판결’
재판부는 “배심원 의견은 국민의 뜻이 표출된 것이므로 전원일치 의견이라면 판결에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다만 법관의 직업적 양심과 충돌할 경우 법관 양심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기속력(법적 강제력)을 갖는다고 봐야 한다”고 무죄 평결을 뒤집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미국식 배심원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현행 국민참여재판에 있어 중화상생의 원리에 입각한 제3의 길이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공소사실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이 재판부를 기속할 수 없고, 양형 부분에 한해 사실상 기속력을 가진다”며 “현행 법의 테두리 내에서 ‘죄는 되나 처벌하지 않는다’에 가장 근접한 형에 해당하는 선고유예 이외에 다른 형을 선택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와 함께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과 재판부의 심증이 다를 경우 어느 것을 우위에 놓을지는 입법적 결단으로 해결함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가 평결의 기속력을 강화키로 한 입법예고안까지 언급한 데 대해 “아직 법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참여재판 문제 없나
국민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을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됐으나 폐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나는 꼼수다’ 구성원들에 대한 1심에서 배심원 무죄 평결로 지난달 24일 무죄가 선고되면서 ‘감성 판결’ 비판론에 휩싸였다.
해당 지법원장이 관할 구역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자 중 무작위로 뽑아 배심원을 구성하는 방식도 지역주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법무부는 지난달 권고적 효력만 갖던 배심원 평결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안씨는 선고 후 “거미줄에 걸린 나비의 기분이 이럴까”라며 “재판부는 재판을 한 게 아니라 법의 이름으로 곡예를 하면서 묘기를 부렸다”고 비판했다.
■ 국민참여재판
일반인이 배심원단으로 재판에 참여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형량을 결정(평결)하는 제도다. 그러나 배심원단의 평결은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판사는 평결과 달리 판결할 수 있다. 법정형이 사형·무기 또는 단기 1년 이상 징역 또는 금고인 형사사건에 대해 피고인이 원할 경우 재판에 회부할 수 있다. 영미 국가에서는 유무죄 판단은 배심원단이, 양형은 판사가 결정한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