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따른 신설법인 증가…ERP시장 연 평균 6.8% 성장 예상
한국ID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전사적 자원관리(ERP) 시장은 작년 대비 6.1% 성장한 1473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7년에는 1923억원까지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 평균 6.8%의 성장률이다.

○국내 ERP시장 지속 성장

대형 ERP 시장은 제조업 중심의 ERP 고도화 수요, 계열사 통합을 통한 차세대 ERP 구축 사업 등을 중심으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중소 ERP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른 신설법인 수 증가라는 호재를 맞고 있다. 인터넷상의 서버를 활용, 투입 비용을 절감한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의 ERP 솔루션 대체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중소 ERP 시장에는 반가운 소식이다.

작년 기준 국내 ERP 시장 점유율 1위는 52.5%를 차지한 SAP다. 이 회사는 전년 대비 점유율을 2.2%포인트 끌어올리며 절대강자 지위를 다지고 있다. 2위는 17.1%를 점한 국산 ERP 기업 더존비즈온이다. SAP의 작년 매출은 726억원, 더존비즈온은 237억원이다. SAP의 매출은 13% 증가했으며 더존비즈온의 매출 역시 전년 대비 3.2% 늘었다. 조사에 사용된 자료는 대형 ERP를 기준으로 산정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및 세무회계사무소에 강점을 가진 더존비즈온의 실제 ERP 점유율은 이 보다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1만개에 달하는 세무회계사무소와 11만개에 이르는 일반 중소기업, 1만여 중견기업 등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미래 고객을 개척하기 위해 국내 주요 회계·세무 관련 시험에 ERP 솔루션을 지원하는 사업도 벌이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국산 ERP 기업 중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더존비즈온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컴퓨팅 시스템의 환경 변화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촉발된 정보기술(IT) 비용 절감 이슈로 국내에서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인터넷상의 서버를 통해 데이터 저장, 네트워크, 콘텐츠 사용 등 IT 관련 서비스를 한번에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 활용 방식을 뜻한다. 저장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도 대용량 데이터를 축적,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게 최대 장점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금융위기 이후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SaaS(Software as a service: 클라우드 컴퓨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중심으로 IT 환경을 재구축하기 시작했다. 최근 정부, 공공기관 및 기업은 인터넷데이터센터(IDC)를 비롯해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클라우드는 스마트 디바이스의 확산과 네트워크의 고도화로 모바일 클라우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등 빅데이터 대응 수단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국내 ERP 시장도 공유, 협업 및 빅데이터 활용 등에 관한 이슈로 클라우드 컴퓨팅에 기반한 ERP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빌려쓴다’는 개념에 익숙지 않고 정보보안 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해 성장성이 제한돼왔다.

글로벌 IT 기업 및 컨설팅 회사들의 2011년, 2012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업 평균을 밑돌고 있다. EMC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도입률은 아태지역 도입률(53%)의 4분의 1 수준인 13%에 불과했다. 2012년 VM웨어와 포레스터컨설팅의 조사 결과는 국내 도입률 32%, 아태지역 도입률 42%로 나타났다. 조사 기관의 분류 기준, 조사 대상 국가의 범위 설정 등에 따라 수치상 차이가 있지만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주변국에 비해 열악한 것만은 분명하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국내시장 안착이 늦었다는 사실은 역으로 미래 먹거리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걱정하는 정보 유출 가능성과 보안 문제 등이 점점 해결되고 있는 만큼,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컴퓨팅 시스템의 전환 수요가 가속화하면 국내 ERP 시장도 클라우드 컴퓨팅 버전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대표 ERP 기업인 더존비즈온은 IDC를 운영하는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ERP 및 세무회계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 데이터베이스 활용(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자동 기장 솔루션을 확보하고 있어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 전환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서승우 < KDB대우증권 연구원 seungwoo.seo@dwsec.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