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빅뱅' 티몬·그루폰 합병…가격인하 등 '출혈 경쟁' 막올라(종합)
국내 소셜커머스(전자상거래) 대표주자 티켓몬스터가 글로벌 소셜커머스 1위 그루폰의 품에 안겼다. 이른바 '승자독식' 구도가 확실한 소셜커머스 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합병 이후 대대적인 할인행사도 예고돼 있어 업계 내 '출혈 경쟁'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 티켓몬스터, 내년 상반기 중 그루폰 100% 자회사…18일부터 대고객 할인행사 '예고'

미국 리빙소셜의 자회사 티켓몬스터는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기업인 그루폰과 인수·합병(M&A) 계약을 맺었다고 8일 공식 발표했다.

이번 M&A는 내년 상반기 전 마무리될 예정으로, 공정거래위원회(KFTC)의 승인절차가 종료되면 티몬은 그루폰의 100% 자회사가 된다.

모(母)기업인 리빙소셜의 실적부진 탓으로 투자비용 등 여윳돈이 부족했던 티몬의 경우 이번 M&A로 안정적인 투자파트너를 확보했다는 평가다.

티몬과 그루폰은 합병 발표와 동시에 대대적인 고객 할인행사 계획도 짜놨다. 가격을 더 내리는 '출혈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이다.

티몬은 "오는 14일 미디어 데이가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대고객 프로모션 계획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오는 18일부터 연말까지 할인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2010년 이후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쿠팡 티몬 위메프 등 치열한 '3강 구도'로 판매 경쟁을 벌여왔다. 티몬이 앞으로 '로컬 상품'에 특화돼 있는 그루폰과 합병 시너지를 낸다면 업계 구도도 빠르게 재편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업계 "마케팅비용 등 '출혈 경쟁' 불가피할 것"…1위만 기억되는 '약육강식' 시장

3년째 소셜커머스 업계는 쿠팡 티몬 위메프가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CJ오클락과 그루폰코리아가 그 뒤를 맹추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3강 소셜의 월평균 거래액은 800~900억 원 가량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고 방문자수도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중이다. 다만 지난 한 달 동안 위메프가 방문자수 1위를 고수했다. 닐슨코리아클릭이 발표한 10월 전체 소셜커머스 트래픽은 위메프 809만명, 쿠팡 778만명, 티몬 599만명을 기록했다.

소셜커머스 업계가 이렇게 '왕좌'를 탐내는 이유가 있다. 10개 중 9개 상품을 3곳이 동시에 판매하는 등 차별화의 어려움으로 인해 갈수록 '승자 독식' 구조로 흘러가고 있어서다. 야후코리아, 라이코스, 다음, 네이버 등 치열했던 초기 인터넷 포털 시장이 현재 '네이버' 독점체제로 굳어진 것과 같은 이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셜커머스 기업 임원은 "온라인 기반 산업은 무조건 '승자 독식'의 구도"라면서 "온라인산업의 모든 카테고리(분야) 안에서 1위 자리에 오르면 소비자는 물론 배너광고에 이르기까지 전부 몰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셜커머스 업계가 '1등'에 목매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며 "그만큼 아직까지는 이 시장이 춘추전국 시대와 같다는 얘기인데 이제부터 자리싸움이 향후 업계 판도를 결정지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체별 90% 이상이 동일한 품목을 판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결국 가격이 싼 곳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향후 소셜커머스 업계가 가격 경쟁을 넘어 출혈 경쟁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 막오른 '소셜 빅뱅'…티몬·그루폰 "아시아시장 공략의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피말리는 업계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달 초 위메프는 300억 원을 웃도는 투자금액을 일시에 집행,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최저가 보장은 물론이고 배송료 무료에 매일 한 가지 아이템씩 파격적인 '딜'을 선보이고 있다.

위메프는 그 결과 마케팅 3주 만에 소셜커머스 부문 트래픽 순위에서 쿠팡과 티몬을 모두 제치고 1위 자리에 등극했다. 이 시장의 경우 접속한 소비자가 많을 수록 상품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티몬이 그런데 그루폰의 자금력을 등에 업고 위메프와 정면으로 맞설 채비를 하고 있다. 향후 소셜커머스의 업계 재편이 급물살을 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에릭 레프코프스키 그루폰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티몬이 한국시장에서 단기간에 이룬 성장으로 볼 때 그루폰의 아시아지역 공략을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루폰은 그간 국내에서만 시장을 넓히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고전해왔다. 이는 그루폰 글로벌 전략인 '로컬 상품' 위주의 전략이 국내의 '배송 상품' 문화를 간파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로컬 상품이란 음식점 박물관 전시회 처럼 소비자가 직접 외부로 나가 해당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고 배송 상품은 일반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것과 같이 집안에서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티몬은 국내 최초 배송 상품 소셜커머스 사업자이자 업계 최대 수수료 수익률을 자랑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강자다. 그루폰과 티몬이 손을 잡으면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큰 시너지 효과가 바로 여기에 있다.

티몬은 "그루폰의 전 세계 매출 중에서 아시아에서 발생하고 있는 매출 비중은 10% 정도 밖에 안된다"며 "향후 그루폰과 티몬의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양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