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남성에게서 비뇨기암이 크게 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 과도한 육식, 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된 원인이다. 홍성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 환자에게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중년 남성에게서 비뇨기암이 크게 늘고 있다. 불규칙한 식생활, 과도한 육식, 흡연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 주된 원인이다. 홍성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전립선암에 걸린 남성 환자에게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중년 남성의 비뇨기 질환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 최근 5년 사이 남성 비뇨기암(전립선암·방광암·신장암) 환자 증가율이 위암, 폐암보다도 높다. 남성 10대 암 중 5위인 전립선암 환자는 2008년 2만4785명에서 2012년 4만7230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방광암 환자는 2008년 1만7696명에서 지난해 2만4192명으로 매년 1000명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신장암 환자도 1만2620명에서 1만9350명으로 크게 늘었다.

홍성준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중년 남성들이 담배나 공해 같은 유해성분에 오래 노출되면서 전립선암·방광암·신장암 발병률이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국내 비뇨기종양 시술 분야에서 손꼽히는 명의 중 한 명이다. 그는 전립선암의 주범으로 과다한 육류 섭취 등 잘못된 식생활을 꼽았다.

○소변만 관찰해도 비뇨기암 조기 발견


홍 교수는 “남성 3대 비뇨기암의 가장 흔한 증상은 혈뇨(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현상)”라며 “혈뇨만 놓치지 않아도 비뇨기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40대 이상 남성은 한 번이라도 혈뇨가 있으면 반드시 관련 분야 검진을 받아야 한다”며 “소변에 핏덩어리가 조금이라도 나오거나 소변이 간장색처럼 검고 붉은색을 띠면 혈뇨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3대 비뇨기암을 초기에 발견하려면 40대 이상은 건강검진을 꼼꼼히 받아야 한다. 홍 교수는 “방광암, 신장암 남성 환자의 80%는 건강검진을 통해 초기에 암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립선암은 조기에 혈뇨가 나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전립선 특이항원 검사를 50세 이후 매년 한 번 받는 게 좋다.

○방광암 재발위험 높아

비뇨기암 중에서도 방광암, 신장암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던 질환이다. 그러나 최근 10년 새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환자가 부쩍 늘어 의료계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광암은 담배와 화학약품, 방사성 물질, 커피, 진통제, 요로결석 등이 주요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암 세포가 방광 근육까지 퍼져 있으면 방광 전체를 없애는 수술이 필요하다. 이 경우 소장을 50~60㎝ 잘라 방광을 만들거나 소변 주머니를 별도로 차야 한다.

암이 방광 근육까지 퍼지지 않았을 땐 암만 떼어낸다. 하지만 방광을 남겨두면 10명 중 6~7명이 재발하기 때문에 재발 위험을 낮추는 치료와 수술 후 검진이 중요하다.

홍 교수는 “수술 직후엔 소변줄로 항암제를 방광에 넣고, 수술 2~3주 뒤부터 6주간 매주 한 번 결핵예방 백신을 투입하면 암 재발률이 32% 준다는 스웨덴 웁살라대학병원 연구가 있다”며 “수술 뒤 3년간은 3개월마다 방광 내시경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뇨제·혈액투석, 신장암 위험 높여

신장암은 담배, 석면 등에 많이 노출됐거나 이뇨제 투약, 혈액 투석을 하는 사람이 많이 걸린다. 이 암은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해 암을 제거해야 치료 가능성이 높다. 신장을 통째로 떼어낼 경우 환자의 절반은 수술 합병증으로 만성 콩팥병에 걸린다. 신장에서 암만 제거하는 콩팥병 발병 환자는 10명 중 1명꼴이다.

홍 교수는 “과거엔 수술이 힘든 신장암 환자에게 사이토카인을 주사하는 면역치료를 주로 했지만 효과를 보는 환자는 10%에 불과했다”며 “최근 나온 표적항암제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장암은 재발이 잦다. 홍 교수는 “수술 후 2년까지는 3~4개월마다 복부 CT(컴퓨터단층촬영) 등 검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홍성준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