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가 바로 공공외교관
‘예술에는 국적이 없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조국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한글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으로 김연아 선수, 쥘리에트 비노슈, 린제이 로한 등 세계적 스타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한글의 잠재력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내가 한글의 매력에 빠져 이를 디자인에 접목하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외국에서 패션쇼를 하면서 ‘좀 더 한국적인 것이 없을지’ 고민해본 것이 그 시작이었다. 한글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유산이지만 이를 패션에 입히는 시도는 낯선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친구들의 ‘느낌 좋다’는 칭찬에 용기를 얻어 과감하게 모든 컬렉션에 한글을 프린트했다. 한글은 예술적 잠재력도 갖고 있는지, 외국인들은 한글을 하나의 매력적인 그림이나 디자인으로 접근했다. 컬렉션 후, 파리 일간지 ‘르 파리지앵’ 1면에 한글을 활용한 컬렉션에 대한 소개와 사진이 실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그때 비로소 느끼게 된 바가 있다. 우리 주변에는 한국의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고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이 바로 외국 대중에게 한국을 더 잘 알게 하는 ‘공공외교’가 아닐까 싶다.

외국인들은 생각보다 ‘한국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 일례로, 패션쇼 준비를 위해 해외 방문이 잦은 편인데 우리 스태프들은 가는 곳마다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어색해하던 외국 스태프들도 점점 한국식 인사법과 예의범절 문화에 관심을 갖고 호의를 나타내곤 한다.

한식 또한 한국을 알리기 위해 내가 애용하는 것 중 하나다. 외국 패션 관계자들과 미팅을 할 때마다 가급적 한식당에서 식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 외국인들과 한식을 함께 먹으며 음식의 유래와 재료, 한국식 식탁 예절을 설명하면 ‘한식은 다양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건강식’이라며 굉장히 흥미로워한다. 이처럼 외국에 한국을 친밀하고 우호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은 다양하다.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친절한 미소, 한국의 소소한 문화를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춰 세계 시민에게 한국을 알리는 새로운 외교가 조명받기 시작한 듯하다. 바로 ‘공공외교’다. 정부의 외교활동 외에도 국민 모두가 외교관이 된다면 세계인에게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더 전폭적으로, 더 효과적으로 심어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모두가 작은 공공외교부터 하나씩 실천해 간다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세계가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를 공공외교관으로 초청하고 싶다.

이상봉 < 디자이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