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희 이노션 사장 "이노션은 글로벌 마케팅 회사, 해외시장서 M&A 기회 찾겠다"
“경기 불황에 매체 환경 변화까지 맞물려 올해 광고시장이 어려웠죠. 내년에도 크게 바뀔 것 같진 않습니다. 광고인들이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안건희 이노션월드와이드 사장(사진)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광고대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광고산업 전망을 내놨다. 한국광고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안 사장은 광고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이날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연간 10조원 규모인 국내 광고시장은 올 들어 이런저런 풍파에 시달렸다. 기업 광고 집행이 위축된 데다 계열사 간 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탓이다. 현대차 계열의 이노션을 포함해 삼성의 제일기획, LG의 HS애드, 롯데의 대홍기획, SK M&C 등 빅5가 정치권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안 사장은 “국내 광고산업의 균형 발전과 글로벌화는 시대적 요구”라며 “이노션도 글로벌 마케팅 회사로 진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시장은 포화상태여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해외에서 기회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해외 광고회사에 대한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열어뒀다. “제일기획이 12개 회사를 인수했는데 이노션도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충분히 M&A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그러면서도 “WPP, 퍼블리시스 등 유명 광고회사 회장들을 만났더니 우리가 ‘이노션’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점을 부러워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단기간에 덩치를 키우는 데 집착하지 않고 창의성 측면에서 최고의 광고회사가 되는 게 이노션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노션은 현대차와의 협업에 힘입어 해외매출 비중이 80%에 이른다. 앞으로의 과제는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이 아닌 외부 광고주를 더 늘리는 것. 안 사장은 “터키항공과 풋조이 등 여러 해외 광고주를 확보했다”며 “정상급 글로벌 브랜드를 추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덕에 손쉽게 성장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지적과 관련해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결코 (현대차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