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직격탄…골프장 18곳 등 레저中企 구조조정 급증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2013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 평가’ 결과는 경기 회복 지연의 후폭풍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은행들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을 추진할 C등급과 은행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를 추진하거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아야 할 D등급을 받은 중소기업은 112개에 달했다. 작년 97개보다 15개나 늘어났다. 금감원은 “살릴 수 있는 기업은 신속히 지원해 살리되, 그렇지 못한 기업에 대해선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무구조 취약한 1502개 정밀 평가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는 은행에서 빌린 돈이 50억~500억원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된다. 채권은행들은 이 중 재무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판단되는 1502곳을 따로 추려 평가 작업을 벌였다. 112개사는 이 같은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 없이는 생존하기 쉽지 않다고 결론이 난 기업들이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채권은행들의 신규 자금 지원과 해당 기업의 자구 노력을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C등급’으로 분류된다. 올해는 54개 기업이 C등급을 받았다. 작년보다 9곳 늘었다.

D등급으로 판정받은 58개사는 스스로 경영난을 헤쳐나가야 한다. 은행의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거나 외부 자본 확충에 실패해 자체적인 경영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들 기업은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레저서비스업 직격탄

올해 평가 결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오락 및 레저서비스 업종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으로 분류된 기업 가운데 구조조정 대상에 선정된 기업은 작년에는 6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23곳으로 크게 늘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53개사)에 이어 두 번째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골프장과 같은 레저 업체까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상황에 이르렀다”며 “경기 회복이 지연된다면 내년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이 된 오락 및 레저서비스 관련 기업 23개 중 골프장 관련 기업은 18곳이나 됐다.

○살 수 있는 기업에 지원 집중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올해 살릴 기업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부실 규모가 큰 기업은 시장에서 조속하게 정리되도록 유도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을 세웠다. 이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에 적용된다. C등급 중소기업은 자산부채 실사 및 경영정상화 계획 수립 등 신속한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D등급 업체는 채권은행 지원 없이 자체 정상화 또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주채무계열 중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지만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규 여신을 중단하는 것 외에도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을 제한토록 했다. 또 주채권은행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재무 위험뿐만 아니라 잠재 위험까지도 고려해 엄정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금감원은 채권은행 간 이행관계 충돌로 구조조정 추진이 어려운 경우 적극적인 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