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시장과 파생상품시장이 함께 커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쪽만 지나치게 규제해선 안 됩니다. 파생상품시장이 커 나갈 수 있도록 규제를 적절히 풀어야 합니다."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9일 출입기자단과 청계산 산행 후 간담회를 열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과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최 이사장은 "파생상품시장에는 헷지와 투기 목적의 자금이 섞이게 되는데 이 과정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파생상품시장을 키우는 것이 추세인데 우리는 규제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규제완화·신상품 출시 등으로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그는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파생상품시장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홍보활동 △적절한 규제 완화 △새로운 신상품 출시 등을 꼽았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규제 탓에 국내시장을 외면하고 일본, 중국, 홍콩 등 해외 파생상품시장으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 최 이사장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시장으로 나가면 거래대금이 줄어들어 부진에 빠진 국내시장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래소는 파생상품은 투기가 아닌 헷지목적의 상품이라는 것을 알리고, 현물 투자자들이 헷지목적으로 파생상품에 투자하면서 두 시장이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홍보활동을 강화할 생각이다.

신상품도 본격적으로 출시해 투자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계획이다. 차세대 매매체결시스템인 엑스추어플러스(Exture+)가 내년 2월 가동되면 이 시스템에 새로운 상품을 탑재해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다.

최 이사장은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1000개, 유럽 파생상품거래소(EUREX)에 500여개의 파생상품이 출시돼 있다”며 “국내 파생상품 숫자는 크게 부족한 편이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을 적극적으로 내놓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공공기관 해제·수익 다변화 힘쓸 것

최 이사장은 공공기관 해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국내 시장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15위”라며 “15위권 내 국가 중 거래소가 공공기관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거래소가 독점구조로 가면 그만큼 수익도 한정된다며 거래소도 영업을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을 활발하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거래소의 공공기관 해제가 선행돼야 하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최 이사장은 “멕시코 출장 등으로 외국에 나가보니 세계 거래소는 민간이 이끄는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했다”며 “세계 거래소와 경쟁하려면 거래소의 시스템 자체가 민영화돼야 하고 생각도 민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수익 모델도 다변화할 생각이다. 최 이사장은 “현재 거래소 수익의 75~80%가 주식시장 거래대금과 관련이 있다”며 “거래대금에 수익을 의존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외국인이나 기관에 고급정보를 분배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는 방식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인프라 수출도 수익 다변화를 위해 꾸준히 힘쓸 계획이다.

최 이사장은 “한국 자본시장 인프라 수출 규모는 세계 6~7위 수준”이라며 “현재 연간 50억원 수출 규모를 100억 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혁현 기자 chh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