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매 김정문알로에 회장, 독자경영 8년 "신사업·해외진출로 남편 꿈 이룰 것"
서른세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한 결혼. 8년 만의 사별. 부도 위기.…

최연매 김정문알로에 회장(53·사진) 얘기다.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그는 1985년 김정문알로에에 입사, 1991년부터 청주지점장을 지내다가 1997년 고(故) 김정문 회장과 결혼했다. 김 회장은 첫 부인을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잃었다.

주변에선 ‘돈 보고 결혼한 것 아니냐’며 수군댔지만 최 회장은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한다”며 당당했다. 2005년 김 회장이 세상을 떠나자 기업의 생존도 위태로워졌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것. 2006년 직접 경영을 맡은 최 회장은 강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현장 영업점의 반대에도 창고에 쌓인 재고품 중 절반 이상을 폐기하고 부진한 37개 상품을 단종시켰다. 불필요한 판촉행사를 없애는 등 비용을 줄였다. 그 결과 2006년 600억원대에 머물렀던 회사의 매출은 2009년 1000억원대를 넘어서며 살아났다. 올해는 1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최 회장은 “위기는 끝났다”는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김 전 회장의 뜻을 본격적으로 실행해 제2의 도약을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김 전 회장은 이미 20년 전에 온라인 사업을 생각할 정도로 선견지명이 있었다”며 “신사업 강화, 해외 진출 등 그간 회사가 어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들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최연매 김정문알로에 회장, 독자경영 8년 "신사업·해외진출로 남편 꿈 이룰 것"
그가 가장 신경을 쓰는 사업은 화장품과 의료기기 분야다. 김정문알로에 매출에서 건강기능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60%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50% 밑으로 떨어졌다. 대신 화장품의 매출 비율이 30% 이상으로 늘었다. 최 회장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져 성장에 한계를 느꼈다”며 “트렌드에 맞는 화장품 제품의 종류를 더 늘리고 효자상품인 이온수기의 연구개발(R&D)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부사장을 중국 상하이에 파견해 시장조사를 진행 중이며 내년에는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도 진출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계획이다.

최 회장은 ‘엄마처럼, 누나처럼 소통하는 경영’을 강조한다. 매출의 90% 이상을 방문판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인간관계와 소통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고 본 것이다. 그는 “10년 이상 현장에서 고객과 직접 상담하고 분위기를 익힌 게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2000년대 들어 기업 위상이 떨어졌던 것도 방문판매 조직이 느슨해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직원들과 자주 술자리를 갖고 게임, 노래 등을 함께 즐긴다. 또 ‘독서경영’을 강조하며 매달 추천도서를 선정해 임직원들이 읽어보도록 하고 있다.

창업주가 신경썼던 사회공헌 활동도 최 회장의 숙제다. 김 전 회장은 생전 영업이익의 90%를 사회에 환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최 회장은 “경영위기를 겪으며 기업이 잘돼야 사회공헌도 보다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사회공헌과 기업 성장을 함께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