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0일 오전6시10분

[마켓인사이트] 현대캐피탈, 우리파이낸셜 인수포기…부실한 실사자료 '논란'
현대캐피탈이 여신전문금융회사인 우리파이낸셜 인수전에서 발을 뺄 것으로 알려졌다. KT캐피탈도 KT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여파로 인수 추진이 어려워진 만큼 우리파이낸셜 인수전은 사실상 KB금융지주, 메리츠금융그룹, 대신증권 등 3파전이 될 전망이다. 우리금융지주의 증권계열 자회사 인수전에 뛰어든 20여곳의 인수후보들은 실사정보가 빈약해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에 대한 대출정보 제공 거부에 이어 증권 계열 자회사까지 제대로된 실사 정보를 주지 않자 우리금융이 민영화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 현대캐피탈 인수 포기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은 우리파이낸셜 인수를 위한 실사를 최근 중단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이 우리파이낸셜과 사업구조가 겹치는 데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 승인 문제도 있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대캐피탈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예비 입찰 당시 현대캐피탈은 갑작스레 인수전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금융가에서 ‘인수전 참여는 현대그룹 오너 일가의 의지가 작용한 것’이란 관측과 함께 다크호스가 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또 우리파이낸셜 입찰에 뛰어든 KT캐피탈도 KT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 이석채 회장 사의 표명 등으로 인수 추진 동력을 잃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우리파이낸셜 인수 추진에 대한 의사결정은 KT그룹이 아닌 금융위원회 관료 출신인 남병호 KT캐피탈 사장이 주축이 됐다.

KT캐피탈은 KT그룹의 증자를 받고, 일부 차입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검찰 수사로 KT그룹의 증자가 사실상 물 건너가 인수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KT그룹 관계자는 “우리파이낸셜에 대한 인수 추진은 당초 KT그룹이 아닌 KT캐피탈이 주도한 것”이라며 “KT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로 인수 가능성이 더 희박해졌다”고 말했다.

◆ '우리금융의 실사 방해'의혹의 눈초리

이와 함께 실사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우리파이낸셜은 자산 3조5000억원(2012년 말 기준) 중 약 70%를 차지하는 소매금융(리테일) 부문에 대한 자료가 대부분 공개되지 않았다. 인수후보자들은 우리파이낸셜 총 자산 3조 5000억원(2012년말 기준) 가운데 2조원~2조4000억원 규모의 자산에 대해 사실상 ‘눈감고’실사를 하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개인과 기업고객 대출채권의 차주, 담보 현황, 대출 조건 등도 상당부분 공개가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적격인수후보자(쇼트리스트) 명단에 오른 우리파이낸셜 인수후보는 당초 5곳이었으나 실제 본입찰까지 완주의지를 보이는 곳이 3곳 뿐인 것도 부실한 실사자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자산운용, 우리아비바생명과 우리금융저축은행을 한데 묶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의 경우도 인수후보자들에게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고객에 대한 정보가 대부분 제공되지 않았다.

유력한 인수후보인 KB금융과 NH금융은 이미 갖고 있는 증권사와 시너지, 인수후통합작업(PMI)에 대해 전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인수후보자들은 현 실사자료만으로는 △브로커리지 고객이 어느정도 겹치는 지 △지점별 실적과 손익분기점(BEP) 맞추는 지점, 그렇지 못한 지점은 어디인 지 △자금운용 내역 일체 △보험사 계리보고서 등을 알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인수측 자문을 맡은 한 IB업계 관계자는 “전체 알고 싶은 자산 가운데 20~30%수준만 제공된 것 같다”며 “Q&A를 진행했지만 답변도 제대로 안나오고 우리금융이 비협조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9곳의 인수후보가 몰린 부실채권(NPL) 전문 투자회사 우리F&I도 1조6000억원 규모의 우리F&I 총자산 가운데 3분의 1 수준인 5000억원만 실사자료가 공개됐다. 20억원 이상 차주에 대한 정보 중에서도 지분이 100% 투자된 특수목적법인(SPC)에 대한 자료만 제공한 탓이다.

한 인수후보 측은 “최종 가격을 내기 전 사실상 마지막 실사인데, 실사자료가 너무 부실해 본입찰에 참가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 자료가 빈약해 입찰참여가 가능할 지 의구심을 갖는 인수후보들이 많다”며 “우리금융지주 측이 매각에 미온적인 탓”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슈와 세금 문제 등으로 지방은행을 비롯한 우리금융 자회사에 대해 매각 가능성을 낮게 봤던 우리금융측이 실제 매각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방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