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준의 한국정치 미국정치] '대선개입 특검'은 혈세 낭비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최근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검사 수사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도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 검찰과 군의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제대로 진실을 밝힐 수 없고, 특검 수사만이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민주주의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통해 행정부 업무를 감시할 수 있고, 특검을 구성해 비리를 캐낼 수도 있다. 그러나 특검을 통해야만 꼬인 정국을 풀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현상은 불신에서 나온 것이지만, 특검을 통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미국의 경우 특검법은 1978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 때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의회에서 제정됐다. 닉슨 대통령은 자기가 임명한 특검으로 인해 의회에서 탄핵 직전에 사임했다. 그 후 의회는 20년 동안 20여 차례에 걸쳐 특검을 구성했다. 하지만 4건만 성과를 보였고, 나머지는 기소조차 못하고 흐지부지 끝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성추행 사건을 수사하던 켄 스타란 특별검사조차 특검법 폐지를 주장했다.

특검제도는 정부의 조사에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그러나 특검 수사가 특별한 성과를 낸 적은 별로 없고 국민들의 세금만 낭비했다. 결국 미국은 1999년 특검법을 폐지했다.

한국에서도 1999년에 시작해 2007년까지 8년 동안 특검제를 통해 8건을 수사했지만 3건만 구속 처리했다. 미국도 15년 전에 폐지한 특검법을 지금 한국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특별수사 기간을 60일에서 90일로 늘리자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데 여기에 쓰이는 국민의 세금은 그만큼 더 많아질 것이다.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해 이미 수사기관들이 수사하고 있다. 세 기관이 각각 수사를 하고 있고 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성을 잃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지 않을까. 일부 국정원 직원들이 정치적 댓글을 단 것이 개인적인 일인지, 아니면 기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행한 일인지를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특검 실시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다.

우리가 수사기관을 믿지 못하고 툭하면 특검을 구성하게 된다면 그 결과가 어떨지 미국의 특검제 실패 과정을 살펴보길 바란다. 성급히 특검을 구성하기보다는 조용히 좀 더 수사 결과를 기다리면 어떨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ㆍ한국경제신문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