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1만2000여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필리핀 중부 레이테섬에 한국인 8명이 체류 중이며 아직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한국대사관은 10일 선교사 김모씨 등 한국인 두 가족이 태풍 피해지역인 레이테섬 타클로반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 등은 올해 초 현지에 선교사로 파견됐으며 자녀들도 인근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관 측은 김씨 등이 재외국민등록 절차를 밟지 않아 이들이 타클로반에 거주하는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대사관은 동료 선교사들을 상대로 김씨 등의 소재를 확인하는 한편 영사 한 명과 현지 행정원 한 명을 타클로반에 급파하기로 했다. 필리핀 내 한국 동포는 약 10만명으로 대부분 마닐라와 수비크 등에 거주하고 있다.

필리핀을 할퀴고 간 태풍 ‘하이옌’으로 인한 주요 피해 지역은 레이테섬과 사마르섬이다. 이들 섬은 인구가 각각 190만명과 170만명으로 농림수산업이 주요 산업인 필리핀의 빈곤 지역이다. 레이테주 주도인 타클로반은 과거에도 지나친 산림 벌채로 산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저지대 해안도시인 타클로반에 높이 3m의 폭풍해일이 일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번 태풍으로 필리핀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테섬은 필리핀 제10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 마르코스의 출생지이자 맥아더 장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머물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국제사회의 지원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 기구는 필수품 조달을 위해 피해 지역에 급파됐다. 미국 국방부는 필리핀에 해군과 공군 장비, 인력을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이동식 병원 지원을 검토 중이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필리핀에 각각 36만6000달러와 12만4000달러의 구호자금을 전달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