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운명은 산업·기업의 ‘성쇠’와 연관이 깊다. 가메야마, 셰필드 등과 함께 미국 디트로이트가 파산 신청을 한 것 역시 자동차산업의 몰락 탓이 크다. 반대로 산업·기업이 흥하면 도시 또한 급속도로 발전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3일 펴낸 ‘제조업·서비스산업 융복합단지의 일자리 창출 및 지역경제 파급효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런 현상이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김갑성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에 의뢰해 만든 이 보고서는 삼성그룹의 투자와 천안·아산시 발전의 상관관계를 집중 분석했다.
천안·아산 융복합산업단지는 삼성디스플레이 주도로 1995년에 조성됐다. 지금은 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삼성코닝정밀소재, 삼성SDI,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가 입주해있다. 부지 조성에 투입된 금액은 2조400억원. 삼성 4개 계열사가 이곳에서 직접 고용한 인력은 2004년 1만8013명에서 작년 3만5686명으로 2배가 늘었다. 같은 기간 1차 협력사 고용인력은 5412명에서 4만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그럼 천안·아산 지역경제는 어떻게 변했을까. 김 교수는 삼성의 투자에 따른 지역경제 변화상을 조사한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43조1000억원, 고용유발효과는 8만7059명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생산유발효과는 충남 지역 총 생산액의 52%에 달하고, 고용유발효과는 천안·아산 전체 고용인력(35만여명)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에 힘입어 이 지역 세수는 급증했다. 천안시의 지방세 징수액은 1999년 1653억원에서 2011년 6286억원으로 늘었으며 아산시의 지방세 징수액은 같은 기간 646억원에서 4106억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 천안·아산시 법인세와 소득세 징수액도 3809억원과 5247억원으로 1999년보다 각각 11배, 5배 늘었다. 실업률도 낮아졌다. 2008년 천안시 실업률은 3%였으나 작년엔 2.1%로 하락했다. 김 교수는 “같은 기간 전국 실업률이 0.1%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라고 설명했다. 인구도 늘었다. 1999년 58만3000여명이던 천안·아산시 인구는 2011년 84만5000명으로 증가했다. 김 교수는 “기업이 망하면 도시가 망한다는 게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업 투자를 유도하는 정책과 규제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