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풀어낸 '독재권력 잔혹사'
수잰 콜린스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할리우드 판타지 액션영화 ‘헝거게임’은 지난해 세계에서 7억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렸다. 제작비 7800만달러의 9배 가까이 번 것이다.

로마 시대 검투 경기를 미래의 살육게임으로 변형한 게 주효했다. 전편의 두 배를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속편 ‘헝거게임:캣칭파이어’(프랜시스 로렌스 감독)가 오는 21일 국내외에서 개봉한다.

가상의 독재국가 판엠에서 활 쏘는 소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가 헝거게임에서 남자친구와 공동 우승하면서 혁명의 아이콘이 된다. 최후의 한 명만 살아남는 게임 규칙을 깨버렸기 때문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희망의 상징이 된 것이다. 절대권력에 위협을 느낀 판엠의 스노 대통령은 캣니스를 제거할 음모를 꾸민다. 역대 우승자들끼리 스페셜 게임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영화는 대단히 정치적이다. 판엠의 수도는 부유한 사람들의 주거지이고 나머지 12개 구역은 빈민들이 사는 공간이다. 독재자 스노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국민들이 스릴 넘치는 게임에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게임 승자에게는 작은 부와 자유를 준다. 로마 황제가 승리한 검투사에게 제공했던 은전과 비슷하다.

그러나 참가자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혁명의 불꽃이 점화된다. 게임 규칙을 깨뜨린 캣니스는 로마 시대 반란을 일으킨 검투사 스파르타쿠스를 연상시킨다. 그녀를 돕는 참가자들은 스파르타쿠스와 함께 봉기한 검투노예들과 다름없다.

캣니스의 두 남자친구도 연적이라기보다는 동지에 가깝다. 그녀의 오랜 연인인 게일과 헝거게임에서 공동 우승한 새 연인 피타는 애정 싸움을 하지 않고 캣니스를 위해 헌신하거나 체제에 저항하는 투사가 된다. 이 같은 설정은 사랑과 우정, 동지애야말로 독재를 타도하고 자유와 혁명에 이르는 길이란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과정에는 게임 형식을 도입했다. 한 장애물을 통과하면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난다. 새 국면에 들어서면 이전 단계에서 입은 상처는 치유된다. 독가스나 살인 유인원, 사람처럼 지껄이면서 공포를 주는 ‘모킹제이’란 괴물 새 등의 장애물 통과 단계가 그렇다. 참가자들은 또한 경기 중 조력자의 도움을 받거나 그로부터 물품을 얻을 수 있다. 게임 속 세상을 정교하게 설계한 것이다.

‘콘스탄틴’(2005) ‘나는 전설이다’(2007)를 연출한 프랜시스 로렌스 감독이 메가폰을 들었다. ‘캣칭파이어’의 후속편인 ‘헝거게임 모킹제이 1’은 내년 11월, ‘헝거게임 모킹제이 2’는 2015년 11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