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창작무용 '묵향' 만드는 정구호 전무·윤성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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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군자 미학 녹여내 소설처럼 상상력 자극"
정 전무 "별다른 장치 없는 하얀 화선지 같은 무대"
윤 감독 "70~80년대 新무용스타일 뛰어넘으려 노력"
정 전무 "별다른 장치 없는 하얀 화선지 같은 무대"
윤 감독 "70~80년대 新무용스타일 뛰어넘으려 노력"

과거 속 한복을 지금 이 시대로 데려온 이는 패션브랜드 ‘구호’ 디자이너인 정구호 제일모직 전무다. 지난 4월 국립무용단 ‘단’의 연출을 맡았던 그가 이번엔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과 손잡고 ‘묵향’을 만든다. 이 작품에서 윤 감독은 안무를, 정 전무는 연출 의상 무대를 책임진다.
13일 국립극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다소 피곤한 듯했지만 눈빛엔 활기가 넘쳤다.
이 작품에선 ‘매란국죽’ 사군자를 소재로 군자의 덕을 절제된 몸짓으로 표현한다. 안무가이자 무용가였던 고 최현 선생의 유작인 ‘군자무’를 재창작했다. 시작과 끝, 사군자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된 이번 무대는 매란국죽이 각각 상징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세상을 보는 군자의 시선을 담았다.
“국립무용단이 새로운 지향점을 갖고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1970~80년대 무용계를 주름잡았던 신무용 스타일의 작품들이 지금껏 무용단이 성장하는 데 큰 자산이 됐지만 이제는 그걸 뛰어넘어야 할 시점이죠. 이 작품이 그 디딤돌이 됐으면 합니다.”(윤 감독)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꺼낸 카드가 ‘사군자’인 이유가 궁금했다. 정 전무는 “전통과 현대는 통하는 법”이라며 “전통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관객들이 여전히 현대적이고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통에 시각적인 작업을 가하면 현대무용 이상으로 현대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작업 내내 모든 것을 기본으로 되돌리는 일부터 했다. 윤 감독은 “한국무용 작품에서 발레나 현대무용 동작을 차용해서 쓰기도 했지만 이번엔 모두 우리 전통춤 안에서 사위를 찾으려고 노력했다”며 “단원들이 지금까지 해왔던 춤사위와 동작을 깨부수고 걸음걸이부터 호흡까지 다시 배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 전무는 ‘덜어내고 비우고 정리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그는 “우리 고유의 미학인 비움을 표현하기 위해 별다른 오브제(물체) 없이 하얀 화선지 같은 무대가 될 것”이라며 “조명도 최소화하고, 음악은 타악을 뺀 산조로만 구성했다”고 말했다.
유명 디자이너이자 대기업 임원으로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에게서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궁금했다. 정 전무는 “무용은 일이 아니라 오래 함께 가고 싶은 친구”라며 “친구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작업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무용단의 기존 작품들은 영화같이 친절했지만 이 작품은 소설 같이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스토리와 감정에만 익숙해진 관객들이 이 작품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상상하고 갔으면 좋겠네요.”(정 전무)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