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말로 정부가 제대로 한번 해보겠다는 것인가. 현오석 부총리가 어제 20개 주요 공기업 CEO들을 불러모아 단단히 질타했다는 보도다. 상당수 공기업이 이자도 못 갚는 실상에 참담하다고도 했고, 고용을 세습하고 비리 연루자에게 퇴직금을 과다 지급한다며 목소리도 높였다. 우리 모두가 익히 잘 아는 공기업의 현주소다. 현 부총리는 “상황이 이런데도 공공기관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해 국민의 불신은 물론 각계의 공분을 사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민간기업이라면 몇 차례의 감원이나 사업구조조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한 톤으로 몰아세웠다.

현 부총리의 말에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다. 국가 경제에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국민들 눈에는 ‘비효율이고, 철밥통이며, 부조리 그 자체’로 비쳐온 것이 공기업들이다. 부총리는 고함을 질렀지만, 그러나 공기업의 도를 넘는 방만경영과 경영부실에는 허다한 핑곗거리가 없지도 않다. 가령 LH의 빚 138조원은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공공주택사업을 떠맡았던 결과다. 2008년 이후 부채가 600%나 늘어난 수공은 4대강 사업을 떠맡았기 때문이며, 한전은 물값 수준으로 낮은 전력 요금을 원인으로 지목할 것이다. 여기에 엊그제 발표된 시간제 일자리 9000개 할당 같은 허다한 국책과제들도 공기업들이 떠안고 있다. 신도 부러워한다는 온갖 복리후생은 이들 공기업이 나랏일과 정책의 시녀 역할을 하는 데서 오는 수많은 핑곗거리를 방패막이 삼은 결과다.

배짱을 부릴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성과 평가는 다른 곳도 아닌 바로 기획재정부가 매년 실시해왔다. 그렇게 CEO 보수도 매겨왔다. 한두 번 호통친다고 꿈쩍할 공기업이 절대 아니다. 이번에도 또 낙하산들이 내려갈 것이고 노조는 낙하산을 볼모로 다시 이권과 특혜를 창출할 것이다. 정부는 다시 말도 안되는 국정과제를 이들에 떠맡기거나 정책 시녀화하면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모른 체 할 것이다. 현 부총리는 진정 공기업을 모른다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