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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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같은 이 바닥도 많이 달라졌지만
선후배, 사람 챙기는 분위기 됐으면…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
선후배, 사람 챙기는 분위기 됐으면…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
![[한경에세이] 연예계](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41049.1.jpg)
세상, 사람들 모이는 곳 모두 다 그렇겠지만 연예계란 곳도 얽히고설킨 사람과 사람, 종일 수없이 주고받는 말과 말, 참으로 개성 강한 사람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움직이는 거대한 조직이다. 큰 파도와 같고, 해일이라고 해도 못지않다. 그것을 견뎌 내지 못하면 버티기 난감한 곳이어서 매일매일 순간순간을 전쟁 치르듯 긴장해야 하는데, 때론 적이 어디서 다가올지도 모르는 정글전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요즘은 우리가 처음 활동하던 1970년대와는 많이 달라서 거의 모든 것이 노출되고, 바로 즉시 결과가 나타나고, 작은 실수가 큰 흠집이 되어버려 한번 무너지면 재기하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그리고 그 자리는 순간적으로 채워지고 메워져 버린다. 사람이, 재주 있는 사람이 넘치고 넘치기 때문이다. 참 재주 있는 사람들이 많기도 하다.
이곳의 갑과 을의 관계도 옛날과 많이 달라졌다. 이젠 모두가 갑(甲)인 세상이다. “웃기지마, 내가 왜 을(乙)이야?”하고 목을 치켜든다. 그저 “제가 을입니다요”하고 고개 숙이던 시절이 아니다. 방송국 PD들이 가수 섭외 어렵다고들 울상이다. 우리땐 꿈도 못 꾸던 얘기들이다. 우리들이야 씁쓸한 기분으로 참고 들었던 ‘딴따라’라는 표현을 지금 젊은 뮤지션들은 아주 싫어한다. 그런 표현은 스스로를 깎아 먹는 것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맞다. 맞는 말이다. 그런 배짱이 기분 좋고 고맙다. 그만큼 가수들의 위상이 높아졌고 우리나라가 발전했다는 의미도 된다. 좋다. 이런 세상이 참 좋다.
자주는 아니지만 1년에 몇 번 80대 이상의 원로 선배님들을 뵐 때가 있다. 그분들과 예순 안팎의 우리들, 그리고 30~40대 젊은 후배들을 보면 마치 3대나 4대가 한 집에 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비록 친밀한 교류가 없어도 모두가 한 식구이니 조금 부족하더라도 서로를 너그럽게 덮어주고 감싸 안아서 화목한 가정이라는 말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에 송창식 이장희 선배들과 공연을 한다. 오랜만에 물주전자 들고 한번 뛰어봐야겠다.
최백호 < 가수·한국음악발전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