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논술 폐지…다른 대학 확산되나
서울대가 문과 학생의 의·치의대 지원을 허용함에 따라 대학 단계에서 문·이과 통합 교육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또 정시 논술·면접 폐지로 입시 간소화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될지 주목된다.

○외고생도 의대 지원 가능

서울대가 14일 발표한 ‘2015학년도 신입생 입학전형안’에 따르면 문·이과 구분 없는 통합선발 비율이 전체 모집인원의 78%에 이른다.

현재 모든 자연계 수험생은 인문계 학과에 지원할 수 있으며 인문계 수험생은 간호대, 생활과학대(식품영양학과 제외), 공대 산업공학과·건축공학과 등 일부 자연계 학과에 갈 수 있다. 내년부터는 의·치의대와 수의대에도 인문계 학생이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외국어고와 국제고 출신도 서울의대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김경범 서울대 입학본부 연구교수는 “정시 의대 정원이 30여명에 불과해 외고 최상위권 학생도 섣불리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문과생이 보는 수능 국어B와 수학A, 이과생이 치르는 국어A와 수학B의 난이도 차는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로 보정해 문·이과 차이를 없앨 방침이다.

서울대 정시모집 인원이 확대됨에 따라 학생부 성적이 다소 낮은 수험생이 패자부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서울대는 그동안 수시모집 비율을 늘려 올해(2014학년도)는 수시와 정시의 비율이 82.6%와 17.4%였으나 내년에는 75.4%와 24.6%로 바뀐다. 전체 모집정원은 올해 3169명에서 3135명으로 다소 줄었다. 정원 외인 기회균형선발 정원도 182명으로 줄었다.

서울대는 재외국민 자녀의 편법입학 통로라는 비판을 받아온 외국인특별전형을 ‘순수 외국인전형’과 외국에서 초·중·고 12년 전 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 ‘12년 전 과정 해외이수자 전형’으로 분리하기로 했다.

○다른 대학에 영향 미치나

서울대는 그동안 수시에서 입학사정관전형으로만 뽑고 정시는 수능과 논술·면접을 활용한 반면 연세대 등 다른 상위권 대학들은 수시에서만 논술전형을 실시했다.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과 연계해 논술 및 수능최저기준 완화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서울대가 이번에 논술을 폐지함에 따라 다른 대학들도 수시 논술을 폐지할지 주목된다.

서울대가 모집시기를 중간인 ‘나’군에서 가장 빠른 ‘가’군으로 옮기면 현재 가군에서 선발하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나군으로, 나군에서 선발하던 서강대는 가군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서울대는 학력이 다소 떨어지는 균형선발 입학생들이 입학 전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입시 절차를 앞당기기 위해 모집군을 변경한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과 농어촌 학생, 새터민 등을 위한 기회균형선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폐지되지만 일반고 학생을 위한 지역균형선발은 현행 2개 영역 2등급 이상에서 3개 영역 2등급 이상으로 강화된다.

○“합격선에 큰 변화 있을 것”


입시업계는 서울대의 새로운 입학전형 도입으로 외국어고 등 특목고 지원이 늘어나고 상위권 대학의 합격선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의학계열 문·이과 교차지원 허용으로 이과 지망 중학생 가운데 외고 지원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오는 25일 서울지역 외고 원서접수부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특목고 학생들이 의·치의대에 지원하면 SKY대(서울·연세·고려대) 인문계 최상위 학과의 합격선도 다소 하락하며 서울대의 가군 이동과 다른 대학들의 연쇄 이동으로 군별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태웅/김태호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