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고 있는 현대엘리베이터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최근 1년 사이에 세 번째 증자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대신증권과 대우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다. 회사 측은 추가로 인수단 7곳을 꾸리기 위해 조만간 투자확약서(LOC)를 받을 계획이다.

증자 목적은 운영자금 마련이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업황 악화와 파생상품 계약으로 인해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이 회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820억원, 올 6월 9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각각 실시했다. 올해 유상증자 때는 독일 쉰들러홀딩아게가 신주발행 금지소송 등을 내는 등 반발이 심했지만 일반공모 청약경쟁률 2 대 1을 넘어서며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번 유상증자 자금을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차환 등에 쓸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부채가 지난 3분기 말 기준으로 2800억원에 이른다. 연결재무 기준으로 2011년부터 2년 연속 순손실을 내는 등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 유상증자에도 참여해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15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현대상선의 최대주주로, 24.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증자금 300억원은 16일 수혈된다.

현대그룹의 계열사 지원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지속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인 현대로지스틱스(지분율 24.1%)도 산업은행 사모펀드(PEF)를 통한 투자유치를 추진 중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자 적자 계열사들끼리 자금조달을 돕는 형국이 됐다”고 설명했다.

심은지/김동윤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