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개인 주식 투자자를 생각해 봅시다.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 3000만원 정도를 들고 어디선가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주식시장에 들어옵니다. 몇개월 샀다 팔았다 하다 원금 대부분을 잃고 빠져 나갑니다. 3년쯤 지나 또 3000만원 모아서 들어옵니다. 또 대부분 잃고 나가죠.”

서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가을학기 여섯 번째 시간. ‘개인 재무 설계-어떻게 투자할 것인가’ 강의를 맡은 채준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개인 투자자로서 우리가 얼마나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지부터 짚어보자”며 강의를 시작했다.

○좋은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채 교수는 강의실 화면에 ‘투자의 고전적 원칙’을 띄웠다. △고위험 고수익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타이밍은 어렵다 △장기 투자하라 △빚 내서 투자하지 마라 등이다.

“다들 알고 있는 내용이죠. 그러면 실제로 개인들이 어떻게 투자하는지 보겠습니다. 첫 번째, ‘물타기’입니다. 1000원짜리 주식을 샀습니다. 700원으로 내렸습니다. 일반적인 개인들은 더 사죠. 싼 가격에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850원 정도로 낮추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식이 500원으로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할까요. 또 물타기를 할 수 있을까요? 대부분 개인들은 겁이 나서 못합니다. 그러고는 ‘비(非)자발적 장기 보유’로 들어갑니다. ‘언젠가는 올라가겠지’라며 기다립니다. 반면 1000원짜리 주식이 한 달 만에 1200원이 된다면 많은 개인들은 ‘돈 벌었다’며 팔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가가 올라가는 회사는 좋은 회사입니다. 내리는 회사는 반대고요. 결국 개인은 좋은 주식은 팔고, 나쁜 주식은 갖고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고 합니다. 장기 투자를 하셔야 합니다.”

○내가 사는 주식은 누군가 파는 주식이다


직장인 A씨는 어느 날 친구 B에게 전화를 받았다. “A야. 내가 다니는 C회사가 이번에 좋은 제품을 내놓는다. 주식 사라.” A는 B의 말을 듣고 C사 주식을 산다. C사 주식을 누군가가 A에게 판 것이다.

“A에게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뭘까요? A에게 주식을 판 사람이 친구 B인 경우입니다. 자기가 보유한 주식을 팔기 위해 친구를 꼬드긴 것이죠. 예전에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이 종목 좋다’고 매수 리포트를 낸 직후 그 증권사는 갖고 있던 해당 종목을 팔아버린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짓 하면 바로 처벌받죠. 개인이 주의할 점은 ‘내가 사는 종목은 누군가 파는 종목’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을 2만원에 산 사람이 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140만원을 넘나든다. 70배 수익을 낸 것이다. “주가가 70배라고 해서 무조건 팔까요? 내년에 200만원이 된다고 하면 안 팔겠죠. 파는 사람은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해서 파는 것입니다. 회사 임직원이 그 회사 주식을 판다고 한다면 그 주식을 사는 사람에겐 대부분 불리한 게임입니다. 파는 사람이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의 대가일 수도 있습니다. 역시 불리한 게임이죠. 개별 종목을 절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개인이라면 파는 사람이 왜 파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파는 사람이 내 친구일 수도, 내부 직원일 수도, 워런 버핏일 수도 있습니다.”

○주식 투자가 중요한 자산 증식 수단 될 것

채 교수는 앞으로 점점 주식 투자가 개인에게 필수적인 자산 증식 수단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동안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부동산 시장의 전망이 장기적으로 밝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직장에서 받는 임금 외에 생산 수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직장 은퇴하고 치킨집을 차리는 이유죠. 그러나 음식점 자영업은 성공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국내 적정 외식업체 수가 40만개인데 현재 65만개가량 있다고 합니다. 3분의 1은 지속적으로 망한다는 것입니다. 산업이 고도화할수록 기술이 없는 창업은 어려워집니다.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직접 생산 수단을 소유하기 어렵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소유하는 방법이 주식 투자라는 것이 채 교수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한 주 산다면 극히 일부라고 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설비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기대 수익률은 10% 수준으로

직장인 A씨가 은퇴 후 빵집을 차렸다. 비용 2억원 가운데 1억원은 퇴직금으로, 나머지 1억원은 친구 B에게 투자를 받았다. A는 B에게 연간 몇 %의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적절할까.

“A와 B가 생각하는 수익률은 큰 차이가 있겠죠. B의 입장이라면 20% 이상을 원할 것입니다. A의 상황이라면 10%도 안 주려고 하겠죠.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도 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개인이 주식 투자를 할 때 기대 수익률은 회사 입장에서 보면 투자를 받고 돌려주는 ‘자본 유치 비용’과 같습니다. 기업이 안정적이고 경영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겠죠. 그만큼 자본 유치 비용도 줄어들 것입니다. 많은 상장사들이 공시의무를 지키고 기업설명회(IR)를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회사 자랑이 아니라, 자본 유치 비용을 낮추려는 것이죠.”

빵집을 차리는 A는 B에게 자본 유치 비용으로 몇 %를 돌려줘야 할까. 채 교수는 투자자와 기업 사이의 적정한 수익률을 10% 선이라고 보는 것이 역사적인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재무학의 역지사지(易之思之)’라고 합니다. 이론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증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다우지수는 18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연 복리 10% 수준으로 올랐고, 한국 코스피지수도 1980년 100을 기준으로 2013년 2000까지 연 복리 10% 비율로 뛰었습니다. 연 10% 수익률을 기대한다면 사실은 펀드매니저가 주식을 골라 담는 액티브 펀드도 안 하는 것이 좋습니다. 국내 주식형 액티브 펀드 수수료가 연 2.5%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기대 수익률을 연 10%로 낮추면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지수에 연동하면서 수수료는 연 0.1% 수준인 패시브 펀드가 적합합니다.”

○리스크를 냉철히 분석하라


A와 B가 동전 던지기를 한다. 앞면이 나오면 A가 B에게 9억원을 주고, 뒷면이 나오면 반대로 B가 A에게 11억원을 주는 게임이다. “B에게 유리한 게임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알 수 있죠. 그런데 딱 한 판만 해야 한다면 일반 사람은 B의 상황이라고 해도 선뜻 게임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리스크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그러나 1000판이라고 한다면 B는 당연히 게임에 참여할 것입니다. 채권과 주식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대 수익률은 주식이 높지만 많은 사람이 주식보다 채권에 많이 투자합니다. 채권이 안전하고 주식이 위험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동전을 여러 번 던진다’고 생각하면 주식 투자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저도 자산의 많은 부분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우량주를 싸게 사는 것이 좋은 투자

서울 압구정동의 100㎡형 아파트와 경남 거창의 과수원 가운데 무엇을 사는 것이 현명한 투자일까. 압구정동 아파트를 50억원 주고 사는 것과 거창 과수원을 3.3㎡당 100원에 사는 것은 어떤 것이 좋은 투자일까.

“많은 개인들은 우량주 투자가 좋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좋은 투자는 우량한 회사 주식을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좋은 회사 주식을 싸게 사는 게 좋은 투자입니다. 경영학자나 회사 내부자들도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는 잘 압니다. 그러나 그 회사 주가가 비싼지 싼지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가 100%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주가가 떨어진 우량 기업 주식을 사서 반등할 때까지 기다리는 가치투자 전략도 개인이 하기엔 상당히 위험한 투자 기법입니다.”

○복잡한 상품에 투자하지 마라

A씨는 100의 자산을 갖고 있다. 95는 연 5%짜리 채권을 사고, 나머지 5는 주식 투자를 한다. 1년 뒤 주식 투자 금액을 모두 잃어도 채권에 투자한 95가 5%만큼 불어나 100이 된다. 원금 보장이 되는 것이다.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가 상당히 높습니다. 대부분 ‘기초자산인 종목의 주가가 몇% 이내에서 움직이면 몇 배의 수익률을 주고…’라는 식으로 상당히 복잡합니다. 이런 ELS는 복잡한 만큼 설계 비용이 많이 듭니다. 설계 비용은 대부분 투자자에게 전가되죠. 개인들은 복잡한 부분보다는 ‘원금 보장’을 주목합니다. 그러나 앞에서 보듯 원금 보장은 개인들도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괜히 비싼 설계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습니다. 요즘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죠? 야구장에 한 번 가면 몇 만원은 듭니다. 왜 돈을 내면서 야구장에 갈까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산 주식이 하루는 급등하고 하루는 급락하는 재미가 주식 투자에 있어야 한다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나 주식 투자가 재미있으면 프로야구 보듯이 비용을 내야 합니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버는 과정은 결코 재미있거나 즐겁지 않다는 것도 명심해야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