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한국·중국과의 경색된 외교관계를 개선하려는 일본 정·재계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연일 한국 인사들과 접촉해 관계 개선을 위한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고, 일본 재계는 중국에 대규모 방문단을 보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으로 인한 갈등의 봉합에 나선다.

아베 총리는 15일 도쿄 제국호텔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 합동총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모임에 현역 총리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날 모두 인사말을 통해 “한국과 일본은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라며 “현재 동아시아 정세를 생각하면 한·일 및 한·미·일 3개국의 긴밀한 협력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3일 이병기 주일 한국대사와 비공개로 만나고, 다음날 한·일협력위원회 한국 쪽 대표단과 면담을 한 데 이어 사흘 연속 한국 관련 일정을 소화했다.

양국 정권 교체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분위기 조성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행사에는 한·일협력위원회의 일본 측 신임 회장 자격으로 아소 다로 부총리도 자리를 함께했다. 아소 부총리는 “앞으로도 한·일 양국은 아시아와 동북아에서 가치관을 공유하며 나아가야 한다”며 “양국 사이에 곤란한 문제가 있을수록 대화는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의 유화 제스처에도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 국회의원들은 합동총회 행사 중 오전 개막식만 참석하고 일본 의원들과의 오찬과 총회는 불참했다.

서병수 새누리당 의원 등 방문단 7명은 “최근 발행된 주간문춘의 기사는 한ㆍ일관계 악화를 초래하는 것으로서 이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일본 정부가 사실 관계를 즉시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사태가 악화하자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정했다. 주간문춘은 지난 14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아베 총리가 ‘중국은 어처구니없는 국가이지만 아직 이성적인 외교 게임이 가능한 반면 한국은 단지 어리석은 국가’라는 말을 했다고 아베 총리 주변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일본 주요 기업인 178명은 다음주에 단체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일본 경제인들의 방중은 일본이 작년 9월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단행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된 지 1년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