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세포배양' 백신 만드는 SK케미칼 안동공장
“첫 수확물입니다. 조심조심….”

지난 13일 경북 안동 바이오산업단지 안에 있는 SK케미칼(이인석 대표·사진) 백신공장. 머리부터 발끝까지 파란 위생복으로 무장한 연구원들이 스테인리스 통에서 28일간 배양한 백신 원액을 원심분리기로 옮기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완공한 백신공장이 500L급의 시험 가동을 마치고 처음으로 2000L급 생산능력을 검증하는 자리였다. 2000L 세포배양원액은 한 번에 약 50만명분의 독감백신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박용욱 선임연구원은 “국내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에서는 노바티스에 이어 두 번째로 최첨단 세포배양 방식의 백신 개발”이라며 “지난 2월부터 시험가동한 끝에 오늘 처음 ‘완전 가동’해 배양액을 생산했다”고 설명했다.

◆3개월이면 백신 생산 가능

설비 투자 1600억원, 연구개발 400억원 등 총 2000여억원을 들여 완공한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은 현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인 인플루엔자 백신을 내년에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연간 1억4000만도즈(1도즈는 1회 투여분)를 생산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백신 공장이다.

기존의 독감 백신은 닭의 유정란에 균을 주입해 백신을 얻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안동 백신공장의 세포배양방식은 바이러스를 배양해 백신을 만드는 방식이다.

김훈 바이오연구소 실장은 “유정란 방식이 준비에서부터 완제품을 만드는 데까지 6개월가량 걸리고 닭의 오염 우려가 있는 반면 세포배양방식은 생산기간이 3개월이고 대규모 생산도 가능해 세계적 전염병(판데믹)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폐렴구균 백신 등 프리미엄 백신 생산기술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바티스와 승부

세포배양 백신 분야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현재 가장 앞서 있다. 미국 정부는 2010년 노바티스와 손잡고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세포배양 백신 공장을 세웠다. 노바티스는 올해 처음 세포배양방식으로 만든 독감백신을 시장에 선보였다.

SK케미칼이 내년에 독감백신을 시장에 내놓으면 세계 두 번째로 세포배양방식 백신 생산업체가 된다. 김 실장은 “내년 하반기에 세포배양 방식으로 생산한 첫 독감백신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며 “세계 1위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1년 이내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SK케미칼은 독감백신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폐렴구균 백신 개발을 통해 단번에 프리미엄 백신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경기 오산에 있는 기존 백신 생산시설도 안동으로 옮길 계획이다.

◆친환경 ‘골드’인증 공장

안동 백신공장은 배양기를 소독·세척하지 않는 ‘싱글 유스 시스템’을 도입해 산업용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산업용수를 정화해 화장실용으로 쓴 뒤 이를 다시 조경용수로 재활용하는 등 철저하게 친환경 콘셉트로 공장을 지었다. 전기 사용량도 동급 공장에 비해 10%가량 적어 연간 6억~7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할 수 있다.

이홍균 안동 백신공장장은 “SK케미칼 안동 백신공장의 물 사용량은 다른 공장의 절반”이라며 “다른 모든 설비와 자재들도 친환경 인증을 받은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세계 제약관련 공장 가운데 유일하게 국제친환경인증기관(LEED)으로부터 ‘골드’등급을 받았다”며 “건설비는 다소 많이 들었지만 운영비가 덜 들어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안동=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