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마다 다른 로봇수술비…美社 고가 판매 전략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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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로봇 30억~40억
수술비 500만~1200만원
"그만큼 효과 있는지 의문"
수술비 500만~1200만원
"그만큼 효과 있는지 의문"
병원업계에서 ‘로봇 수술’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로봇 수술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비급여 항목이어서 병원마다 가격이 달라 환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데다 독점공급 업체인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이 고가판매 전략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이 2000년 개발한 ‘다빈치 로봇’은 사람의 손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구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만든 의료용 수술 로봇이다. 1~2㎝의 정교한 절제가 필요하거나 개복수술이 어려운 자궁, 신장, 전립선, 방광 등 비뇨기과 영역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도입됐지만 높은 다빈치 수술비용이 대중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료법상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해 암수술을 받으면 대략 500만~1200만원이 든다. 기존 절개식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약 2~6배 비싸다.
다빈치 로봇의 대당 가격은 30억~40억원이다. 로봇 수술을 1000건 이상 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병원들이 로봇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게 된다.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병원들이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병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고 있었다. 갑상샘암 다빈치 로봇 수술은 충북대·전북대·아주대병원에서 1500만원으로 서울대병원(1300만원)보다 200만원 비쌌다. 서울의 종합병원에 비해 수술 회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병원들이 수술비를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연간 1500건가량 로봇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지난 11일 국내 로봇 수술 1만건을 넘어섰다. 이철 연세대의료원장은 지난 14일 병원경영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수술은 제조업체가 소모품 비용을 높게 책정해 수술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병원이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비싼 가격에 로봇 수술을 권장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조업체가 안전성을 이유로 수술 사용횟수까지 제한하고 있어 수술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게 병원업계 얘기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일반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가격이 똑같다”며 “국내에서 더 많은 돈을 내면서까지 로봇 수술을 받을 만큼 우수하냐 하는 점에서 의료계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인튜이티브서지컬이 2000년 개발한 ‘다빈치 로봇’은 사람의 손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기구를 통해 좁은 공간에서 정교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만든 의료용 수술 로봇이다. 1~2㎝의 정교한 절제가 필요하거나 개복수술이 어려운 자궁, 신장, 전립선, 방광 등 비뇨기과 영역에서 주로 쓰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2005년 도입됐지만 높은 다빈치 수술비용이 대중화를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빈치 로봇 수술은 의료법상 비급여 항목이기 때문에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국내 대학병원에서 로봇을 이용해 암수술을 받으면 대략 500만~1200만원이 든다. 기존 절개식 수술이나 복강경 수술보다 약 2~6배 비싸다.
다빈치 로봇의 대당 가격은 30억~40억원이다. 로봇 수술을 1000건 이상 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이 병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병원들이 로봇 수술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게 된다.
지난 9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 병원들이 ‘빅5’로 불리는 서울 주요병원보다 더 많은 비용을 받고 있었다. 갑상샘암 다빈치 로봇 수술은 충북대·전북대·아주대병원에서 1500만원으로 서울대병원(1300만원)보다 200만원 비쌌다. 서울의 종합병원에 비해 수술 회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병원들이 수술비를 더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내에서는 연간 1500건가량 로봇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세브란스병원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은 지난 11일 국내 로봇 수술 1만건을 넘어섰다. 이철 연세대의료원장은 지난 14일 병원경영 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로봇 수술은 제조업체가 소모품 비용을 높게 책정해 수술비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병원이 이익을 많이 내기 위해 비싼 가격에 로봇 수술을 권장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제조업체가 안전성을 이유로 수술 사용횟수까지 제한하고 있어 수술 비용을 낮추기 어렵다는 게 병원업계 얘기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은 “미국에서는 일반 복강경 수술과 로봇 수술 가격이 똑같다”며 “국내에서 더 많은 돈을 내면서까지 로봇 수술을 받을 만큼 우수하냐 하는 점에서 의료계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