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펀드에 4500억 투자
현대자동차가 올 들어 국내외 자산운용사의 사모 채권혼합형ㆍ채권형펀드 6종에 총 450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저금리가 지속되자 현대차도 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펀드 투자를 크게 늘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6월28일 ‘ING라이언 제45호’ ‘신한BNPP 법인용 제27호’ ‘미래에셋트라이엄프 제13호’ 등 사모 채권혼합형 펀드 3종에 1000억원씩 총 3000억원을 투자했다.

지난 3월5일부터 5월28일까지 ‘IBK파노라마 제50호’ ‘우리프런티어 제5호’ ‘KTB세이프 제78호’ 등 사모 채권형 펀드에도 각각 500억원을 넣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단기금융 상품인 증권사 특정금전신탁(MMT)이나 채권형펀드를 넘어 채권혼합형펀드까지 투자한 것에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현대차 자금을 맡은 자산운용사의 법인영업 담당 임원은 “MMT 등 단기금융 상품은 만기는 짧지만 수익률은 낮다”며 “현대차 입장에선 채권 중심으로 운용하되 ‘플러스알파’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큰 채권혼합형펀드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펀드 투자는 자금운용팀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를 밝힐 수 없지만 펀드에 자금을 투자한 것은 최근 몇 년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올 들어 펀드 투자를 통해 지난 14일까지 0.74~1.86%의 누적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현대차처럼 기업들이 여유 자금을 은행예금에서 중위험ㆍ중수익을 추구하는 금융투자 상품으로 옮기는 사례가 갈수록 늘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고려아연 유한양행 골프존 무학 같은 기업들도 주식연계채권(ELB)이나 해외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