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번에 재개된 한국과 호주 간 FTA 협상이 양국의 호혜정신에 입각해 긍정적인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은 지난 15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하고 “이번에 재개된 한국과 호주 간 FTA 협상이 양국의 호혜정신에 입각해 긍정적인 결실을 거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취임 후 동북아 국가 중 한국을 처음으로 찾은 것은 한국과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한국과 호주 간 FTA 협상이 재개된 가운데 한국을 찾은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은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로 미국, EU 기업들에 선점당한 한국 시장을 조속한 FTA 체결로 만회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9월 취임한 롭 장관은 그의 말처럼 동북아 3개국 순방 일정표(14~22일) 가운데 한국을 첫 방문지로 올려놓았다. 한국과 호주는 2009~2010년 사이에 총 다섯 차례에 걸쳐 FTA 협상을 벌였으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과 농산물 교역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바 있다. 호주 내 광산 등 자원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로선 ISD 조항이 반드시 필요했지만 호주는 난색을 보였다.

15일 서울 종로 교보빌딩 19층에 있는 주한 호주대사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에 나선 롭 장관은 “과거 협상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ISD 쟁점에 대해 양측이 접점을 찾아가고 있다”며 “자신 있게 얘기하건대 FTA는 양국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요인터뷰]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 찾은 건 FTA 체결 열망 때문"
▷3년 만에 한·호주 FTA 협상이 재개됐습니다.


“과거 줄리아 길라드 전 총리는 (한국이 강력하게 요구한) ISD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토니 애벗 신임 총리가 이끄는 새 호주 정부는 ISD를 포함한 쟁점들을 다시 생각하고 있습니다. ISD 쟁점은 케이스별로(투자 분야별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방 시장에 보다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양국 간 윈윈할 수 있는 FTA라면 전향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그 권한이 저에게 있습니다. 이번에 재개된 협상에서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습니다.”

▷한·호 FTA의 최종 협정문에 ISD 조항이 포함된다는 말씀인지.

“아직 타결되지 않은 사항을 예단하는 것은 조심스럽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전 호주 정부에서는 이 쟁점이 아예 협상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협상 내용에 포함됐다는 사실입니다. 진전이 있었다고 보는 데 무리가 없습니다. ISD가 한국 정부에 얼마나 중요한 사항인지 호주 정부가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자신 있게 얘기하건대 FTA는 양국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것입니다.”

▷FTA 협상에서는 양측 모두의 양보가 요구될 텐데요.

“때론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요.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FTA는 모두에 혜택을 가져다 줍니다. 저는 취임 후 7주가 지나지 않은 기간에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두 번이나 만났고, 만남은 매우 건설적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양측 모두 실용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모두는 경제성장을 필요로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도가 있어야겠지요.”

▷애벗 총리가 한국 일본 중국과의 FTA 협상을 12개월 이내에 타결짓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일부에서는 데드라인을 설정하고 협상에 임하는 게 호주에 불리하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발언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애벗 총리가 그 발언을 했을 때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마쳤고, 저도 윤상직 장관을 만난 상황이었지요. 양국 간 외교장관 회담도 열린 뒤였습니다. 일련의 고위 회담을 거쳐 FTA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상태였습니다. 호주 정부의 이런 입장은 호주의 민간 부문과 협상 실무자들에게 일종의 압박을 주는 효과도 있다고 봅니다. 12개월 혹은 더 이른 시일 안에 양국 간 FTA가 체결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의도를 담은 발언이었습니다.”

▷호주는 한국의 서비스 시장과 소고기 시장 개방 확대를 노리고 있는데요.

[월요인터뷰]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 "취임 후 가장 먼저 한국 찾은 건 FTA 체결 열망 때문"
“호주는 천연자원, 공항 관련 산업 및 서비스 분야가 잘 발달돼 있습니다. 가장 안전하고 청정한 식품 수출국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FTA를 통해 식품 가공산업이라든지 아니면 관련 서비스 산업의 확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봅니다. 한국과 호주의 서비스 산업은 상호 보완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미 FTA와 한·EU FTA 체결로 인해 한국 시장에서 호주 기업들의 경쟁력이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호주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미국, EU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호 관계에서 FTA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올라 있는 것이네요.

“통상과 투자는 경제성장을 이끄는 매우 중요한 엔진입니다. 애벗 정부가 들어선 지 8주가 채 지나지 않았지만 세 번의 내각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FTA였습니다. 아시아 국가들과의 FTA 체결을 위해 통상장관인 저에게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의 FTA가 가장 먼저 체결되길 희망합니다.”

▷양국 간 조속한 FTA 체결이 가져다줄 경제외적 혜택도 기대하시는가 봅니다.

“6·25전쟁 이후 양국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는 조속한 FTA 체결을 통해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 분야에서도 양국의 협력은 더 공고해질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교역이 증가할수록 상호 이해와 문화적 교류는 진작됐습니다. 현재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호주에서 유학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부응해 호주 정부는 더 많은 호주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준비 중입니다. ‘신콜롬보 계획’이라는 정책으로 호주의 젊은 인재들을 아시아 지역에 유학시키자는 취지입니다. 한국도 이 정책의 대상국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이른 시일 내 참여해야 할까요.

“TPP는 좀 더 광범위한 역내 다자간 자유무역협정 기반을 제공한다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한국의 TPP 참여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호 FTA 체결은 기존 TPP 참여국들에 한국이 TPP 가입 의사가 있다는 신호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TPP에서는 전자상거래 같은 분야도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는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는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TPP에서 관련 룰을 정하면 참여국들이 보다 편하게 전자상거래에 투자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이점들을 고려한다면 한국은 자연스럽게 TPP에 가입하게 될 것으로 봅니다.”

▷호주는 내년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합니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실용적 방안을 찾기 위한 장이 될 것입니다. 요즘 모든 국가들은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 중 하나가 사회 인프라죠. 인프라는 미래 투자로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는 부문이기도 합니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인프라 산업의 업그레이드 시점이 도래하고 있습니다. 재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논의될 것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호주 G20 정상회의에서 실용적인 경제성장 방안을 내놓길 바랍니다.”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은

앤드루 롭 호주 통상·투자부 장관(62)은 농업경제학자 출신으로 집권 자유당 소속이다. 1980년대 호주축산협회 이사와 호주농업인협회 이사를 지냈다. 1990~1997년에는 자유당 선거참모로 맹활약하면서 1996년 자유당의 연방선거 승리를 이끌었다. 1997~2004년에는 광고기술회사를 설립하고 호주 최대 컨설팅회사인 싱클레어나이트메르츠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했다. 2004년 10월 연방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자유당 섀도캐비닛(예비 내각)의 외교장관, 재무장관 등을 맡았다.

정리=조미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