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특단 자구책] 한진, 先구조조정 後영구채 재추진…현대, 증권 매각 압박 수위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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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현대상선은 뭘 내놓나
각각 1조 자구안 마련…채권단 "미봉책은 안돼"
각각 1조 자구안 마련…채권단 "미봉책은 안돼"
![[동부그룹 특단 자구책] 한진, 先구조조정 後영구채 재추진…현대, 증권 매각 압박 수위 높아질 듯](https://img.hankyung.com/photo/201311/AA.8050407.1.jpg)
두 그룹은 최근 채권단에 공식 또는 비공식 경로로 각각 1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동양그룹 사태를 겪은 채권단이 엄격한 기준을 설정하고 있어 자구안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강해진 구조조정 압박
채권단의 구조조정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채권단의 관리 소홀로 동양 사태가 터졌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채권단의 압박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은 4억달러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목을 매 왔다. 칼자루를 쥔 것은 다름아닌 산업은행이다. 산은은 영구채 발행의 전제 조건으로 계열사 간 자구 노력을 먼저 요구했다. 결국 한진해운은 최근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있는 대한항공에 손을 내밀어 1500억원을 지원받았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껄끄러웠던 게 사실이지만 산은이 과거와 달리 아주 강경한 입장을 보여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대그룹은 이미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한진그룹과 달리 내년부터 주채무계열에 편입된다. 즉 공식적인 채권단이 아직 없다. 그렇지만 최근 산은에서 2000억원가량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지원을 받으면서 직·간접적인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진 않았지만 산은 등과 비공식적으로 구조조정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조원대 자구안 마련
한진과 현대는 각각 1조원대의 자구계획을 마련해 최근 산은에 전달했다. 한진해운은 영구채 발행을 일단 배제한 1조5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반대로 영구채 발행을 위해 필요한 보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차선책으로 3000억원 유상증자안을 넣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도 비공식적으로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50%를 2000억원에 매각하는 것을 비롯해 총 1조원가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을 산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구채 발행(3000억원)을 비롯해 자산담보부대출(3000억원), 유상증자(1500억원), 컨테이너 박스와 선박 매각(500억~700억원)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유상증자와 현대건설 인수 이행보증금 수령 등으로 1조원가량을 확보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사실상 모두 상환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내년에도 해운 시황이 좋지 않을 수 있어 대응 방안을 미리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매각 등 수위 높아지나
채권단은 계열사 간 지원 등이 아닌 실질적인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동양그룹이 부실 기업어음(CP)을 계열사인 동양증권을 통해 팔면서 연명한 것과 같은 미봉책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산은은 한진해운의 자구안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은영 회장 최측근으로 2009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은 김영민 사장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회사만 살려준다면 모든 것을 포기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에 대해서는 다소 미흡하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산은은 현대증권 매각 등 보다 강도 높은 자구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현대증권 지분 25%를 가지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기대하는 영구채 발행 등이 가능하려면 우선 스스로 진정성 있는 자구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진/이상은/이유정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