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투자한 '카자흐 BCC 부실' 긴급 점검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의 카자흐스탄 센터크레디트은행(BCC)에 대한 현지 점검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17일 “조영제 부원장이 실무진과 함께 다음달 초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중앙은행의 은행감독 담당 부총재와 BCC의 부실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카자흐스탄의 중앙은행 총재가 최수현 금감원장 앞으로 BCC에 대한 종합검사 결과 등이 담긴 공문을 보내온 데 따른 것이다. 공문에는 ‘BCC에 내부통제 미비, 혐의거래 보고 부실, 각종 자료의 허위보고 등의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BCC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도 포함돼 있다. 금감원은 이번 방문에서 카자흐스탄 금융당국과 BCC의 정확한 부실 규모와 이에 따른 충당금 적립 규모 조정, 증자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현지에서 확인할 필요 있다”

금감원이 현장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은 BCC의 경영실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이 BCC의 부실 상황을 축소해 회계 장부에 반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추가 부실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현지 금융당국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2008년 BCC 지분을 처음 사들인 이후 계속해서 추가부실에 따른 부담에 시달렸다. 계속해서 대규모의 충당금을 쌓아야 했고, 급기야 지난 2분기에는 충당금에 따른 영향으로 당기순익이 488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카자흐스탄 금융당국이 최근 연결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점도 국민은행으로선 부담이다. IFRS가 도입되면 부실 여신에 대한 관리 기준이 기존보다 강화되기 때문에 충당금 적립액도 더 커질 수 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국민은행으로선 IFRS 도입을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고, 필요에 따라선 BCC에 대한 추가 증자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당혹

국민은행은 BCC의 부실 은폐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과거 BCC 투자와 관련해 감독당국의 징계를 받은 적도 있는 마당에 부실 규모를 축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신 양국 금융당국의 정확한 입장을 파악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지난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했을 때 이미 현지 금융당국 관계자가 상당 규모의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 내부 실사를 마친 상황이다. 충당금 규모, 증자 여부 등과 관련해서도 조만간 KB금융지주 이사회에 보고할 예정이었다.

인수 과정 의문투성이

국민은행의 BCC 투자는 당시 행장의 독선, 부실한 자산실사, 글로벌 업무경험 및 전문성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해외 진출 실패사례로 꼽힌다. 국민은행은 2008년 8월부터 2010년 2월까지 9541억원을 투자해 BCC 지분 29.6%를 취득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보유 지분의 장부가는 1858억원에 불과하다. 투자금액의 80.5%인 7683억원의 손실을 본 셈이다.

BCC 투자는 처음부터 비상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게 금융감독 당국이 그동안 실시한 검사 결과다. 우선 근거없는 장밋빛 전망을 바탕으로 인수를 추진했다. 2007년부터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붕괴하고 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했는데도 당시 국민은행 경영진은 낙관적인 전망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이후 이뤄진 실사도 15일(영업일 기준) 만에 속전속결로 실시됐다. 인수가격 역시 과다책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이 구주(기존 주주의 보유주식) 인수가격을 순자산가치의 4.78배로 과다 책정하는 바람에 기존 주주들만 5511억원의 막대한 매매차익을 거뒀다.

국민은행이 BCC 유상증자에 참여해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 과정도 의문투성이다. 2008년 10월 카자흐스탄 금융감독 당국이 BCC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했고, 이를 위한 유상증자에 기존 주주들 가운데 국민은행만 참여했다.

박신영/류시훈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