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다르시 윤리준법경영인협회 사무총장(왼쪽부터)과 게오르그 켈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한국경제신문 주최 좌담회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키스 다르시 윤리준법경영인협회 사무총장(왼쪽부터)과 게오르그 켈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한국경제신문 주최 좌담회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패러다임 변화를 이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
세계 최대 소비재 유통기업인 유니레버가 2020년까지 협력사를 전면 재편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자체 개발한 친환경 인증 시스템(그린팜)에 부합하지 않는 협력사를 단계별로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원자재의 50%를 농장과 산림에서 얻는 유니레버는 그동안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무차별 벌목으로 환경을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니레버는 앞으로 ‘100% 지속 가능한 원자재 조달’을 목표로 2020년까지 10대 원자재에 모두 친환경 인증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다. 비누와 세제에 주로 쓰이는 연 130만t의 팜유도 내년까지 친환경 제품으로 바꾼다.

글로벌CSR콘퍼런스-아시아에서 기업의 도전

유니레버뿐만이 아니다. 자연 파괴의 주범으로 손가락질받던 기업은 10여년에 걸쳐 ‘친환경 생산 시스템’을 만들었고, 공장 노동자들의 인권을 짓밟았다는 비판을 받던 글로벌 의류회사들은 스스로 공장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다. ‘비자발적 기부’에서 ‘자발적 상생’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추세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루는 대표적 조직이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다. 한국도 2007년 유엔 사무총장에 취임한 반기문 총장 주도로 UNGC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UNGC는 2000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제안해 만든 국제협약으로 공정한 노사관계, 인권, 환경 보호, 반부패 등 유엔 가치 실현에 동조하는 기업들의 세계적 네트워크다. 현재 145개국 8000여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으며 242개 공공기관, 시민단체가 가입해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글로벌CSR콘퍼런스-아시아에서 기업의 도전’에서 게오르그 켈 UNGC 사무총장, 키스 다르시 윤리준법경영인협회(ECOA) 사무총장,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UNGC한국협회 회장)이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김보라 국제부 기자)=CSR과 지속 가능한 경영, 책임 투자가 왜 중요해졌나.

▷게오르그 켈 사무총장=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고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전략 수립이 더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기업이 해외에 진출한다는 건 다른 나라에 가서 값싼 노동력과 자본을 가져가는 개념이었다. 하지만 그 지역사회의 역량을 함께 키워나가지 않으면 지속적인 발전은 힘들다. 단기간의 수익을 위해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기업은 오래가지 못한다. 공급망이 넓어지고 커질수록 각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승한 회장=과거 3년간 세계는 ‘자본주의 3.0’,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모순점에 대해 고민했다. 이제 CSR을 하지 않으면 어느 한계점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공통으로 얻었다. 기존의 ‘기부 중심’에서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결합된 CSR이 주목받고 있다.

▷사회=미국 유럽 등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데 기업의 CSR을 강조하는 건 무리 아닌가.

▷켈 사무총장=금융위기 등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단기 성과 중심의 전략이 얼마나 위험한 건지 경각심을 일깨웠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위기가 찾아오면 대책 없이 무너지기 때문에 오히려 장기 위기관리 능력이 더 주목받는 때다.

▷키스 다르시 사무총장=기업이 이윤을 내면서 동시에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의지는 점점 강해지는 추세다.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고, 부정부패의 고리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다. 부정부패가 많다는 건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얘기다. 또 무분별한 성장 추구로 인한 자연재해는 인간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오고 있다. 정부와 기업, 글로벌 기구가 긴밀히 공조하지 않으면 경제는 물론 지구생태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 오고 있다.

▷사회=한국 정부도 핵심 국정 과제로 ‘창조경제’를 추진하고 있다. ‘창조적인 CSR’의 예를 들어달라.

▷다르시 사무총장=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대표적이다. 1973년 설립된 이후 친환경을 실천해온 회사인데 환경 기준을 준수하는 협력 업체하고만 일을 한다. 이들의 슬로건은 ‘최고의 상품을 만들되, 이로 인해 환경 피해를 유발하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이 회사 창립자는 암벽등반용 쇠못 피톤을 판매하다가 피톤이 바위에 균열을 일으키고 환경을 훼손한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최소화하는 대체품인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해 팔기 시작했다. 1996년부터는 모든 제품에 100% 유기면을 사용했고, 재활용 섬유로 의류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장=홈플러스는 올해 한국존슨앤드존슨과 창의적인 CSR 활동을 진행했다. ‘건강한 걸음, 건강한 기부-빅워크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빅워크’라는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뒤 100m를 걸을 때마다 1원씩 기부금이 올라가는 형식이다. 기부금이 쌓일수록 존슨앤드존슨의 특정 상품 매출 3%를 적립해 다리가 불편한 어린이의 의족 제작 기금으로 썼다. 기업 간 협력이 시너지를 낸 좋은 사례였다.

▷켈 사무총장=공급망이 넓어질수록 하나의 기업이 혼자서 CSR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국가와 기업, 기업과 기업이 장벽을 무너뜨리고 협업하는 사례가 최근 많아졌다.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광산업 부문에서 8개 회사가 함께 참여해 지역 환경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창의적 CSR의 ‘티핑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사회=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책임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다르시 사무총장=미국 슈퍼마켓 체인인 웨그먼트는 사회적 책임과 기업 이윤 사이의 실험에서 성공한 예다. 미국 대형마트들은 마진율이 굉장히 낮은데, 이 회사는 동종 업계 평균보다 임금을 20~30% 올려줬다. 또 은퇴 후 연금이나 저축기금 등을 운영했다. 학위를 딸 수 있게 직원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했다. 이 회사 순익은 다른 회사보다 50% 더 높다. 컨테이너스토어라는 회사도 있다. 이 회사는 2주 전 성공적으로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동종 업계에서 직원 교육을 8시간 할 때 이 회사는 41시간을 했다. 그 결과 이직률이 4%로 떨어졌다. 다른 대형마트의 이직률은 80%에 달한다.

▷이 회장=상품만 연구개발(R&D)할 것이 아니라 CSR 전용 R&D센터를 각 기업에 만들어야 한다. 사회 공헌도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철저한 사전 조사, 전망 등을 종합해 체계적으로 만들어내야 하는 부분이다.

▷사회=한국 기업의 CSR 활동에 대한 평가와 조언을 해달라.

▷켈 사무총장=세계 대기업 중 80%가 하도급업체에 대한 각자의 정책을 갖고 있지만 지원정책을 가진 건 20%에 불과하다. 한국은 고속성장을 하면서 간과했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에 대해 최근 많은 고민을 하고 있지 않나. 반 총장이 취임 직후 UNGC에 한국이 빠져 있는 걸 보고 당황해한 이후 지금까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특히 청년 참여를 유도한 ‘유스 CSR’과 한·중·일 공동 ‘동아시아라운드테이블’은 외국에서 벤치마킹할 만큼 인상적이다. 홈플러스 유한킴벌리 현대 포스코 등 일부 기업은 정부가 제시하는 기준을 웃도는 많은 가치를 지켜가며 세계적인 모범이 되고 있다.

▷이 회장=생각의 변화가 가장 크다. 사회 공헌을 기부라고 생각했던 것에서 이제 자발적인 경영활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일본 등에서 배우려고 할 만큼 CSR의 발전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이제 겨우 불씨를 피운 수준에 불과하다. 250개 기업이 아니라 1000개, 2000개 기업이 함께 참여하고 창조적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야 이 불씨를 장작불로 옮길 수 있다. 홈플러스의 협력사 중 75%가 “하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고 하더라. 더 적극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

▷다르시 사무총장=부정부패가 많고, 인권이 땅에 떨어지고, 또 환경이 파괴되면 결국 기업이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고스란히 돌아온다. 한국 기업인들은 이런 점을 빨리 인식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추진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글로벌CSR 좌담회] "환경 피해주는 제품 생산은 한계 부딪혀…지속가능성에 투자해야"
키스 다르시 윤리준법경영인협회 사무총장


미국 윤리준법경영인협회(ECOA) 수장과 경영개선협회 회장, 토마스아퀴나스대 소속 윤리와 사회책임 자문협회 회장 등을 맡고 있다. 1300명의 경영인이 참여하는 윤리준법경영인협회 사무총장직에 올랐다. 1994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기업윤리와 리더십’을 가르치고 있다.


[글로벌CSR 좌담회] "환경 피해주는 제품 생산은 한계 부딪혀…지속가능성에 투자해야"
게오르그 켈 유엔글로벌콤팩트 사무총장


독일 출생으로 베를린공대에서 경제학과 엔지니어링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부터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CTAD)에서 주요 보직을 거쳤다. 1997년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 직속 사무실의 수석사무관으로 발탁됐다. 2000년 유엔과 민간 분야 협력을 책임지는 유엔글로벌콤팩트 수장이 됐다.


[글로벌CSR 좌담회] "환경 피해주는 제품 생산은 한계 부딪혀…지속가능성에 투자해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


1970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기획마케팅 팀장, 신경영추진팀장 겸 보좌역 부사장을 거쳐 1997년 삼성물산 유통부문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1999년 테스코와 삼성그룹 합작 회사를 창립해 16년간 최고경영자로 홈플러스를 이끌었다. 현재 홈플러스 회장, 유엔글로벌콤팩트 한국협회 회장, 유통산업연합회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