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생애주기별 특성·변화' 살펴보니
한국 노동시장에서 ‘늦은 진입·늦은 퇴장’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연령이 늦춰짐에 따라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반대로 은퇴가 미뤄진 중·노년층 비중은 늘면서다. 청년층의 사회 진출이 지연되면서 초혼 연령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기혼자 100명 중 20대는 3명에 불과했다. 여성들의 경우 출산·육아 부담에 노동시장을 떠나는 ‘30대 초반 실종 현상’이 여전히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직 힘드니 만혼이 대세

18일 통계청 산하 통계개발원이 발표한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및 변화 분석’ 자료를 보면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20~29세) 비중은 1990년 26.4%에서 2010년엔 15.3%로 지난 20년 사이 11.1%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중년층(50~64세) 비중이 17.3%에서 24.7%로 상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박시내 통계연구원 사무관은 “청년 취업난 지속으로 노동시장 진입 시기가 늦춰졌고, 장년층의 노후불안 심리로 은퇴연령도 뒤로 밀렸다”며 “전반적으로 노동시장 진입과 퇴장 시기가 몇 년씩 늦춰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도 만혼(晩婚)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2010년 기준으로 남성의 경우 1956~1960년생은 30~34세 미혼율이 13.9%에 불과했지만 1966~1970년생은 27.4%나 됐다. 이 같은 추세는 갈수록 심화돼 1976~1980년에 태어난 남성의 절반 이상(50.2%)은 30~34세 때 미혼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956~1960년생 여성은 30~34세 미혼율이 5.3%였지만 1976~1980년생은 같은 연령대 미혼율이 29.1%로 올라갔다. 박 사무관은 “결혼 시기가 늦춰지면서 현재 기혼인구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 8.1%에서 3.2%로 낮아졌다”며 “보통 노동시장에 진입한 후에야 결혼 및 출산을 결정하는 점에 비춰볼 때 청년층의 사회 진출 지연이 결혼 연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 직장경력 함몰 ‘심각’

여성들 중 상당수가 30대 초반이 되면 여전히 일자리를 그만둔다는 결과도 나왔다. 1971~1975년생 여성의 경우 20대 후반에 46.5%였던 고용률은 30대 초반이 되면 38.7%로 줄었다가 30대 후반엔 다시 55.2%로 상승했다. 1966~1970년생 여성도 비슷한 ‘M자’ 패턴을 보였다. 통계연구원은 “남성은 노동시장 진입 이후 꾸준히 높은 고용률을 유지하는 데 비해 여성은 출산·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의 함몰 지점이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력 단절에 부담을 느끼는 여성들이 늘면서 출산율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2010년 현재 60세인 여성이 평생 낳은 아이는 2.6명이고 50세는 2.0명, 30세는 1.2명이었다. 이에 따라 ‘4인 가구 평균’이란 말도 옛말이 돼 가고 있다. 연령별 최대 가족 규모는 1990년 4.4명에서 2000년 3.7명으로 줄었고 2010년엔 3.4명으로까지 줄어들었다.

한편 성별 초혼연령 차이는 갈수록 감소했다. 남성과 여성이 동갑이거나, 여성이 연상인 경우가 늘어나는 등 부부의 연령패턴이 다양화되면서다. 1940년생 남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26.5세, 여성은 21.9세로 남녀 간 4.6세 격차가 났지만 1960년생의 경우 3.6세, 1980년생은 1.1세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세종=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