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정창욱·김상윤 책임연구원(왼쪽부터)과 윤석원 상품기획부장이 18일 서울 가산동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끌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로보싸이킹’ 청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LG전자 정창욱·김상윤 책임연구원(왼쪽부터)과 윤석원 상품기획부장이 18일 서울 가산동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끌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로보싸이킹’ 청소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온몸에 센서를 달고 실험했더니, 청소기를 돌릴 때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곳은 손목과 허리더군요. 또 처음 청소기 전원코드를 꽂을 때, 먼지통을 털 때, 그리고 멈춰선 청소기를 다시 작동할 때 스트레스 수치가 확 올라가는 걸 확인했습니다.”

LG전자 청소기 개발팀은 ‘청소는 힘들다’는 소비자들의 고정 관념을 깨뜨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쉽지않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수동’을 ‘능동’으로 바꾼 역발상을 통해 장벽을 뚫었다. 5년간 시행착오를 겪고 2년간 테스트를 거쳐 일반 진공청소기이지만, 종전처럼 끌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로보싸이킹’을 탄생시켰다. LG전자는 지난달 출시한 이 제품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로보싸이킹의 출발은 로봇청소기 연구개발팀 김상윤 책임연구원의 아이디어였다. 18일 서울 가산동 LG전자 연구개발(R&D) 캠퍼스에서 만난 김 연구원은 “청소기를 끌고다니는 힘을 줄이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 힘을 아예 없앨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로봇청소기 센서를 접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로보싸이킹엔 본체에 3개, 손잡이에 1개 등 모두 4개의 초음파 센서가 있어 스스로 방향전환과 거리인식을 한다”고 전했다.

본체는 손잡이의 초음파 센서를 감지해 양쪽간 거리를 45㎝에서 1m 사이로 유지시킨다. 손잡이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본체가 알아서 따라가기 때문에 갑자기 잡아당겨 청소기가 넘어지는 일이 없다. 윤석원 상품기획팀 부장은 “계속 끌 때는 괜찮은데 멈췄다가 다시 움직일 때는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했지만, 로보싸이킹은 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따라다니는 청소기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05년부터 ‘힘이 덜 드는 청소기’ 신제품을 개발해왔다. 처음엔 무게 중심을 잡고 문턱을 넘을 때도 쓰러지지 않게 하려고 청소기 본체를 오뚝이 형태로 만들기도 했다.

막바지 단계까지 갔다가도 실제 가정집에서 사용해보면 청소하는 속도나 먼지의 종류, 생활 환경이 워낙 다양해 좌절을 거듭했다. 윤 부장은 “초음파 센서는 로봇청소기에서 기술을 이식했듯이 센서 구멍 부분의 방수처리는 휴대폰 사업부의 노하우를 빌려썼다”고 전했다.

초음파 센서와 함께 로보싸이킹에서 돋보이는 것은 먼지를 뭉치는 기술이다. 자동 먼지 압축판으로 빨아들인 먼지를 좌우로 회전시켜 단단하게 뭉친다. 먼지를 압축 덩어리로 만들면 먼지통을 비울 때 미세먼지의 날림이 적고 세척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정창욱 책임연구원은 “먼지통을 비울 때 나오는 미세먼지가 청소할 때 발생하는 것의 1만배”라며 “자동 먼지 압축기능이 있는 청소기는 세계에서 처음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올인 프로젝트’라고 이름을 붙이고 청소기 개발팀 30여 명이 수개월간 숙식을 함께하며 매달린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