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제주도에 지하수 증산 요청했지만…
한진그룹이 제주도청에 지하수 증산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진은 ‘제주물 세계화에 앞장서겠다’며 취수량 확대를 바라고 있지만 제주도의회 일부 의원들이 ‘제주도민들의 자산인 지하수를 대기업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판매해선 안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은 1993년부터 제주도에서 생수(사진) 생산을 해왔다. 이 생수를 대한항공 국제선 승객과 KAL 호텔 고객에게 공급해왔다.

한국공항은 2011년 제주도에 “대한항공의 국제선 노선이 늘어나고 보유 호텔도 늘어나 현재 규모로는 취수량이 부족하다”며 “현재 하루 100t 가량인 생산량을 300t으로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그해 제주도 의회에서 ‘지역민의 재산을 대기업에 내줄 수 없다’는 이유로 증산동의안이 부결됐다. 하지만 한국공항은 다시 200t으로라도 취수량을 늘릴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진그룹의 끈질긴 요구에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지난 2월 ‘하루 120t으로 소폭 증량을 허용한다’는 안을 수정 동의했다. 대한항공이 동절기에 제주산 채소의 특송을 지원하는 등 지역 공헌사업을 활발히 벌여온 결과였다. 그러나 박희수 제주도의회 의장이 “어떤 경우에도 도민의 지하수가 사기업의 영리를 위해 쓰여서는 안 된다”며 본의회 상정을 막으면서 상황이 꼬였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대한항공이 국제선 탑승객들에게 제주 생수를 서비스하면서 ‘제주생수’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며 “취수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에 응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