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시민공원은 '흡연자 천국'
토요일인 지난 16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쌀쌀한 날씨에도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로 붐볐다. 어린 자녀와 함께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공원 벤치에선 술을 마시며 담배를 피우는 광경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10대로 보이는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들이 피워대는 담배 연기에 산책 나온 시민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공원 어느 곳에서도 금연표지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과 연결된 여의도공원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곳곳에 서 있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시민들은 “서울의 모든 공원에서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한강시민공원에선 어떻게 버젓이 흡연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흡연 가능한 한강시민공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남산공원.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남산공원.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시내 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지만 연간 수백만명의 시민이 찾는 한강시민공원은 제외되면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호소하는 시민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한강시민공원은 여의도 양화 선유도 잠실 반포 등 12곳으로 이 중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선유도공원 한 곳뿐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6월부터 공원 1390곳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를 어기면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시민이 자주 찾는 공원의 쾌적성을 높이고 간접흡연 피해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한강시민공원은 도시공원법상 공원으로 분류돼 있지 않아 금연구역에서 제외했다는 것이 서울시의 해명이다. 한강과 인접한 한강시민공원은 하천법상 공원으로 분류된다. 선유도공원은 한강시민공원 중 유일하게 도시공원법에 따라 공원으로 지정됐다. 최종춘 서울시 건강증진과장은 “도시공원법상 공원으로 지정된 곳만 금연구역으로 지정해 하천법에 따라 공원으로 지정된 한강시민공원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시민 반발” vs “행정편의주의”

서울시는 한강시민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계획이 아직은 없다. “강바람 등으로 담배 연기가 비교적 빨리 사라지는 한강공원에서까지 금연을 강제하면 흡연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시내 대부분의 공원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음에도 시민 반발과 관련법 미적용을 이유로 한강시민공원을 금연구역에서 제외한 것은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건강증진법 9조에 따르면 각 지방자치단체는 흡연으로 인한 피해 방지와 주민의 건강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일정한 장소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 이 같은 태도는 간접흡연 피해를 막기 위해 강남대로와 인사동 등 도심 주요 거리 위주로 금연구역을 늘리고 있는 서울시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날 한강시민공원에 배달음식 반입을 줄여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광고전단을 무단 배포하는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반포동의 한 중식당 주인은 “한강시민공원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지는 않으면서 공원 쾌적성을 위해 배달음식 반입을 막겠다는 서울시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