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가전의 혁명…'스마트홈' 바람
스마트폰 혁명의 다음 단계는 스마트홈(보안부터 가전제품까지 자동으로 제어되는 집)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마트폰과 일반 가정의 인터넷 보급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베르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스마트홈은 230만가구로 전년 대비 6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2017년에는 1280만가구까지 늘어나 전체 가구의 16.6%가 스마트홈 기술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에서도 지난해 전체 가구의 0.4%였던 스마트홈 비중이 2017년 5.9%까지 팽창할 전망이다.

1990년대 ‘홈오토메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스마트홈이 최근 들어 각광받는 것은 사물인터넷(물건을 인터넷 네트워크에 연결해 컨트롤하는 것)과 스마트폰 보급 때문이다.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과 문, 보안카메라, 전등 등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단히 제어할 수 있게 됐다.

라르스 커키넨 베르그인사이트 수석연구원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제어 기술이 도입되면서 수만달러가 들던 스마트홈 설치 비용이 수백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이 시장 선점을 위해 뛰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버라이즌이 집안 조명과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조절할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288달러에 내놓자 AT&T도 비슷한 시스템을 250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전자업체들도 해당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세탁기와 에어컨을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신생 기업들도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아이폰 관련 액세서리를 만드는 업체로 유명한 버킨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가 내놓은 ‘위모 모션’은 콘센트 전원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어 연결된 가전제품을 껐다 켰다 할 수 있다. 60달러짜리 동작 감지장치와 연동시키면 집안사람들의 움직임에 따라 음악이 켜지고 전등이 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다. 신생기업 쿼키도 냉장고 속 달걀의 신선도를 원격 체크할 수 있는 ‘에그마인더’(사진)를 내놨다.

각종 투자금도 스마트홈 기술 업체들에 몰리고 있다. 쿼키는 지난 13일 제너럴일렉트릭 등에서 7900만달러(약 843억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쿼키의 경쟁사인 스마트싱스가 1250만달러를 투자받은 지 하루 만이다.

벤 카우프만 쿼키 최고경영자(CEO)는 “2015년이면 세계 모든 제조업체 제품이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될 것”이라며 “스마트홈은 10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폭발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