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논술, 교과서 위주 출제…독해력보단 창의성 중요
고려대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논술시험이 대부분 끝났다. 올해 논술고사를 치른 대학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우선 교과서 중심의 제시문이 출제되면서 ‘난해한 독해’에 대한 불만은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교육부가 대학 논술문항을 사후에 점검해 공교육 과정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출제한 대학을 제재하겠다고 경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쉬운 제시문 출제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는 낮아졌으나 입시에서 더 중요한 경쟁률은 오히려 올랐다. 지난해는 수능 이후 수시 논술고사에 응시하는 수험생의 비율이 60% 초반이었는데 올해는 학교별로 작게는 2%포인트에서 많게는 10%포인트 이상 올랐다. 이는 올해 A·B형 수준별 수능으로 정시 지원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때문으로 상대적으로 수시논술에 많이 몰린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지난 16~17일 치러진 고려대 논술은 대부분 지난해 기출문제와 같은 유형으로 출제됐으나 수리논술 부문에서 유형변화를 시도해 난이도를 조절했다. 성균관대 역시 기존의 유형을 고수해 학생들이 기출문제를 푸는 훈련만으로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서강대와 이화여대는 해마다 출제유형을 변경하는 스타일로 평소 준비돼 있는 학생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화여대 인문계열은 ‘웃음’이라는 인문학적 주제로, 사회계열은 ‘빈곤과 그에 대한 대책’과 같은 사회과학적 주제를 출제했다.

논술은 독해력, 이해력, 분석력, 창의력, 문장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시험이다. 올해 논술고사가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만, 제시문이 쉬워지면서 논술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요소도 달라졌다. 독해력과 이해력을 중심으로 채점하는 방식에서 창의력에 방점을 둬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대 정시 논술은 제시문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제시문의 내용을 이해하는 독해력보다 내용 이해를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중요하게 본다. 그러다 보니 서울대 논술은 이해력, 독해력, 표현력보다 창의성 비중이 높다. 특히 문제에서 주어진 조건을 통해 여러 관점에서 제시문과 논제의 쟁점을 다루는 능력이 필요하다. 단순 제시문 분석을 넘어서 내용을 관통하는 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연관된 주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대학의 올해 논술 출제경향은 서울대 방식을 따라간 것이다. 내년 각 대학들의 논술선발 인원은 줄었지만 우선선발이 사라짐으로써 수시 논술전형 합격의 문은 더 넓어졌다. 달라진 부분을 잘 살펴 차분하고 성실하게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김성율 한경에듀 평가이사 k2@hankyunged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