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CEO 인사시즌] 삼성 '대폭 물갈이說'…'총수 공백' SK·한화, 인사폭 관심
‘누가 승진의 기쁨을 누리고, 누가 경질의 고배를 들 것인가.’ 연말연시 인사 시즌이 다가오면서 주요 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올해는 10대 그룹에서 임기 3년 이상인 CEO 수가 70명에 달해 어느 때보다 각 그룹 사장단 인사 내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현대자동차를 제외한 대다수 그룹이 실적 부진을 겪으면서 올해 인사 폭이 상당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삼성, 부회장단 재편이 변수

12월 초로 예정된 삼성 사장단 인사의 키워드는 ‘부회장’이다. 삼성에선 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2~3년이 지나면 현업에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이윤우 삼성전자 고문,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배정충 전 삼성생명 부회장, 최도석 전 삼성카드 부회장 등이 그 예다.

올해는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대표이사)과 강호문 부회장(대외 담당)이 승진한 지 각각 2년, 3년 됐다. 박근희 삼성생명 부회장은 작년 승진했지만 최근 불거진 ‘보험왕 설계사’ 탈세 비리 파문,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이전에 맡았던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의 적자 사태가 변수다.

사장들은 만 60세를 넘으면 부회장으로 승진하거나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 우남성 삼성전자 사장, 박상진 삼성SDI 사장 등이 올해 60세다. 박종우 제일모직 사장은 1952년생(61세)이다.

박상진 사장은 자동차 배터리 사업에서 호(好)실적을 내고 있고 윤부근 사장은 생활가전 1등, 박종우 사장은 소재 1등 미션을 추진 중이다. 윤 사장이 승진할 경우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도 동반 승진할 수 있다. 부회장단에 변화가 많으면 사장단 인사폭도 커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박근희 부회장이 움직이면 금융계열사 인사가 연쇄적으로 커지는 식이다.

현대차도 올해 상당 폭 이상 인사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달 초 경질된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 후임 인사를 포함해 연구개발(R&D) 부문 교체 인사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고참 부회장 1~2명의 교체설도 흘러나온다.

LG그룹은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재임 3년 이상 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8년)과 김대훈 LG CNS 사장이 계속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 올해 좋은 성과를 낸 이웅범 LG이노텍 대표와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등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지가 관심사다. 실적 부진 및 안전사고와 관련된 LG전자 일부 사업부, LG실트론 등의 CEO 교체 여부도 주목된다.

◆‘총수 공백’ 그룹 인사폭은

총수가 구속 등으로 공백 상태인 그룹들의 인사 폭도 관심이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공백을 메우고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매년 12월 중순 실시하던 인사를 내달 초로 앞당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인사 폭도 당초보다 증폭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로 임기 3년 이상이 되는 계열사 CEO도 10명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의 역할이 커질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승연 회장이 부재 중인 한화는 조직 안정 차원에서 예년 수준인 5~6명의 사장단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임기간이 3년 이상인 11명의 계열사 CEO 가운데 실적이 부진한 CEO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이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내년 3월14일 정기 주주총회 이후 사장단 인사를 실시한다. 새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등 계열사 CEO 교체 폭이 확정될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오너 일가 승진은

나머지 그룹들도 인사 요인이 꽤 있다. 내년 2월 사장단 인사를 실시할 예정인 롯데의 경우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 등 3년 임기를 채운 CEO들의 거취가 관심이다. 2011년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젊은 피’로의 세대 교체가 또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진그룹은 최근 자금난으로 사임한 김영민 한진해운 사장의 후임이 누가 될지가 관심사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임기 3년을 넘긴 CEO들의 승진·이동 여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GS와 현대중공업은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재계 관측이다.

재계의 최대 관심사인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는 올해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2년 새 대다수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부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