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 구자원, 모든 것 던졌다
“LIG손해보험은 저와 임직원의 피땀이 어려 있는 그룹의 모체입니다. 영원히 함께해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에 (매각) 결정을 하기 전까지 망설이고 또 망설였습니다.”

구속 상태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사진)이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사내 메시지다. 이날 LIG는 최대주주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구 회장의 장남)을 포함한 특수관계인 16명이 보유한 LIG손보 지분 20.96%를 전량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계열사였던 LIG건설이 발행한 사기성 기업어음(CP) 피해자 보상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959년 범한해상으로 출발한 LIG손보는 그룹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회사다. 구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 동생인 고(故) 구철회 회장의 장남이다. 암 수술과 그로 인한 투병 생활로 2009년 사실상 경영 일선을 떠났지만 건설업 진출에 따른 대가는 컸다.

LIG는 2006년 건영을 인수하면서 건설업에 진출했다. 2009년에는 한보건설을 사들였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건설업 침체로 경영난이 심해졌다. 결국 2011년 3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IG건설은 2010년 10월부터 법정관리 신청에 앞서 CP를 발행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법원은 구 회장 부자에게 중형을 내렸다.

피해를 본 투자자는 700여명, 금액은 2100억원에 달한다. 검찰은 LIG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전 담보로 제공한 LIG손보 LIG넥스원 등 계열사 주식을 되찾아오기 위해 CP를 발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구 회장 부자는 피해자 보상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 약속을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LIG손보를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구 회장 일가는 이미 사재 출연으로 730억원가량을 보상했고 연말까지 1300억원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