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성공단의 깊은 상처
“출입문만 달랑 열어주고 입주 기업에는 ‘알아서 살아남아라’는 식이라면, 왜 개성공단을 재가동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해결된 건 거의 없습니다.”

개성공단에서 섬유·봉제업을 하는 A사 사장은 19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고 했다. 지난 4월 가동이 중단됐던 개성공단은 166일 만인 지난 9월16일 재가동됐다. 공장이 다시 돌아간 지 두 달이 지났지만, 공단 정상화는 여전히 멀다는 게 입주기업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는 출근 인원을 기준으로 개성공단이 8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조업을 놓고 보면 123개 입주기업 중 설비를 제대로 돌리고 있는 곳은 절반 수준”이라며 “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문을 열어 놓은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공장을 제대로 가동해도 이탈한 바이어들을 다시 잡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곳들도 적지 않다.

개성공단 정상화의 핵심은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인데, 요즘 분위기를 봐서는 연내 남북 간 합의조차 불투명하다는 게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얘기다. 남북 양측은 입주기업들이 출입할 때 사흘 전에 통보하도록 했던 방식을 바꿔 당일에 출입이 가능하도록 ‘일일 상시통행체제’를 마련키로 했다. 또 인터넷과 휴대폰 등 통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북측은 3통 분과위에 나오지 않고 있다.

남북협력기금 대출금 상환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도 입주기업들에는 큰 고통이다.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에서 빌려준 시설투자자금과 운전자금 중 앞으로 6개월 이내에 상환기일이 돌아오는 원금 및 이자에 대해서는 상환을 유예했지만, 해당 업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자금이 급한 소규모 업체들은 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기 때문이다.

경협보험금 지급액을 낮은 이자의 대출금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경협보험금을 갚지 못한 기업들에 부과하는 연체이자는 연 3%에서 며칠 전 연 6%로 높아졌고, 두 달이 지나면 연 9%로 더 오른다. 개성공단의 문은 다시 열었지만, 가동중단 사태의 상처는 오히려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정은 중소기업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