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소니, 부활인가 추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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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소니가 7년 만에 내놓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PS4)가 출시 첫날 100만대나 팔려 화제다. 게임 마니아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진도 보인다. 이를 두고 소니가 다시 일어서는 게 아니냐는 소리가 들린다. PS4는 기존 PS3보다 그래픽 성능이 뛰어나고 온라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소니는 이 제품을 미국 시장에서 399달러에 내놓았다. 7년 전 PS3를 출시할 때 가격인 499달러보다 100달러 싸다. 소니의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레 나온다. 비록 소니는 부정하지만 하나의 제품을 팔면 150달러를 손해보게 된다는 분석마저있다. 영국도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니에게는 PS4 인기가 전혀 위안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마당이다.
레드오션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게임산업이 이미 모바일 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을 옮긴 상황에서 게임기(콘솔)산업은 전체 게임 시장의 18%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닌텐도 등 수많은 업체가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MS도 다음주 새 게임기 X박스를 내놓는다. “이 두 게임기는 게임 콘솔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른바 레드오션이다. 혁신의 대명사 소니가 레드오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가격을 대폭 내리는 마케팅 전략에 역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소니 혁신의 현주소다.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시된 a7은 최고급 카메라에 적용하는 대형센서를 장착한 프리미엄급 미러리스 제품이다. 소니는 이 제품 가격을 종전 최고급 카메라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소니가 원가절감에 아무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수익보다 오히려 매출을 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하나의 소니(one sony)’를 외치며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부서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폐쇄형 소니 문화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중국 시장을 뚫겠다며 중국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뼈깎는 혁신 만이 성공 열쇠
하지만 소니 사정은 편치가 않다. 지난 2일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소니의 신용등급 강등을 또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소니의 신용등급은 위에서 열 번째인 Baaa로 한 등급 떨어지면 투기적 수준이다. 올해 9월 중간결산에서도 15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의 전략에서 일본의 다급함이 읽힌다. 이런 다급함은 소니만이 아니다. 혼다나 닛산자동차는 이미 부품사들의 탈계열화를 선언했다. 세계 어느 공장에서나 부품을 싸게 공급받고 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부품을 공통화하고 모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형 경영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직적 계열화나 스리아와세(맞춤형 분업)는 이제 물 건너간 얘기다. 이들은 소니와 달리 혁신에 성공한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본이다. 하지만 그런 다급함에서 정작 일본이 가야 할 방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연 “아내와 자식빼고 모든 걸 다 바꾸자”고 했던 삼성처럼 일본기업들은 뼈깎는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레드오션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게임산업이 이미 모바일 플랫폼으로 패러다임을 옮긴 상황에서 게임기(콘솔)산업은 전체 게임 시장의 18%밖에 되지 않는다. 이 시장을 마이크로소프트(MS)와 닌텐도 등 수많은 업체가 겨루고 있는 상황이다. MS도 다음주 새 게임기 X박스를 내놓는다. “이 두 게임기는 게임 콘솔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른바 레드오션이다. 혁신의 대명사 소니가 레드오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가격을 대폭 내리는 마케팅 전략에 역점을 두고 있는 모양새다. 소니 혁신의 현주소다.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도 마찬가지다. 최근 출시된 a7은 최고급 카메라에 적용하는 대형센서를 장착한 프리미엄급 미러리스 제품이다. 소니는 이 제품 가격을 종전 최고급 카메라의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전문가들은 소니가 원가절감에 아무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지 의문을 던진다. 수익보다 오히려 매출을 올리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더 관심을 두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월 ‘하나의 소니(one sony)’를 외치며 취임한 히라이 가즈오 사장의 작품이다. 그는 취임하자마자 부서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폐쇄형 소니 문화를 고치겠다고 나섰다. 중국 시장을 뚫겠다며 중국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뼈깎는 혁신 만이 성공 열쇠
하지만 소니 사정은 편치가 않다. 지난 2일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소니의 신용등급 강등을 또 경고하고 나섰다. 현재 소니의 신용등급은 위에서 열 번째인 Baaa로 한 등급 떨어지면 투기적 수준이다. 올해 9월 중간결산에서도 158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니의 전략에서 일본의 다급함이 읽힌다. 이런 다급함은 소니만이 아니다. 혼다나 닛산자동차는 이미 부품사들의 탈계열화를 선언했다. 세계 어느 공장에서나 부품을 싸게 공급받고 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부품을 공통화하고 모듈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형 경영의 트레이드 마크인 수직적 계열화나 스리아와세(맞춤형 분업)는 이제 물 건너간 얘기다. 이들은 소니와 달리 혁신에 성공한 것이다.
잃어버린 20년에서 탈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일본이다. 하지만 그런 다급함에서 정작 일본이 가야 할 방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연 “아내와 자식빼고 모든 걸 다 바꾸자”고 했던 삼성처럼 일본기업들은 뼈깎는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